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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라라!!>가 그려내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거리, ‘이케부쿠로’

이예원2026.01.31

 

<표지 사진>. 成田良悟, 2004, デュラララ!!』, KADOKAWA.

 

1. 들어가며 

 

 <듀라라라!!>는 나리타 료우고 원작 라이트노벨이다. 2004년에 1권이 출간되었고, 2014년에 13권으로 완결되었다. 2010년에는 1부라고도 할 수 있는 1~3권 내용까지가 애니메이션화 되었는데, 독특하면서도 캐릭터들의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오프닝 연출과 엔딩 연출, 화려한 성우진 등의 요소로 인기를 모았다.

 <듀라라라!!>는 일본 도쿄의 이케부쿠로를 배경으로 하는 어반(urban) 판타지물이다. 특징은 거의 모든 캐릭터가 주조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이것은 나리타 료우고가 그려내는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를 군상극이라고도 하는데,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것과는 달리, 여러 캐릭터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르를 뜻한다. 그렇기에 <듀라라라!!>의 이야기는 좋게 말한다면 소외되는 캐릭터가 적은 이야기이고, 나쁘게 말한다면 정신이 없고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실제로 OTT 사이트에서 나리타 료우고 원작인 애니들의 평가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는 평가가 꼭 있고는 한다.

 <듀라라라!!>의 이야기는 쉽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인공 세르티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이야기들이다. 작가인 나리타 료우고는 <듀라라라!!>다양한 형태의 사랑의 이야기로 정의를 내리고, 작품에도 그 말대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의 서사가 등장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엔 세르티가 이케부쿠로에서 살아가며 겪은 이야기들이라는 정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1기에 해당하는 1(소설 1~3)의 이야기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세르티는 누구이며, 이케부쿠로에서 어떤 이야기를 겪었는가? 그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하도록 하겠다.

 

 

2. ‘외부인인 세르티와 이케부쿠로

 

<듀라라라!!> 1부의 이야기는 세르티가 자신이 이케부쿠로에 있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듀라라라!!>의 주인공인 세르티 스툴루손에 대해 서술하도록 하겠다. <듀라라라!!>의 주인공인 세르티 스툴루손듀라한이다. 듀라한이란 서양에 전승되는 상상의 괴물 같은 것으로써, 일본에서의 요괴와 비슷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특징은 목이 없는 괴물이라는 점이다. <듀라라라!!> 세계에서 설명되는 그녀의 정체는 이 듀라한을 저승사자와 비슷한 존재로써 진화시킨 형태이다. 세르티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집에 방문해 죽음을 알리는 저승사자로써, 그림자로 된 갑옷을 두르고, 자신의 머리를 옆구리에 안은 채, 그림자로 된 말에 올라타 세계를 돌아다니며 죽음을 알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방심한 사이에 자신의 머리를 잃어버렸고, 그 머리의 흔적을 더듬어 일본의 이케부쿠로에 도착하지만 머리는 찾지 못한다. 따라서 세르티는 자신의 머리를 찾기 위해 그림자로 된 말을 그림자로 된 오토바이로 바꾸고, 자신의 갑옷도 현대식 옷으로 바꾼 뒤 운반책으로써 이케부쿠로에서 살아간다.

 

 

<그림 1>. <듀라라라!!×2 ()> 키 비주얼, 가운데 인물이 세르티이다.

 

 세르티는 자신을 열렬히 좋아하는 남자 키시타니 신라와 동거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르티는 신라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괴물인 자신과 인간인 신라는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조금의 거리를 두고는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케부쿠로에 류가미네 미카도가 오게 되고, 그가 오면서 거리에는 큰 움직임이 일어난다. 자신의 정체성을 괴물로 정의하고 있는 세르티마저 놀랄 정도의 기행을 벌인 미카도 덕에, 세르티는 자신이 괴물인 것은 이 거리에서 살아가는데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르티는 자신을 괴물로 규정하고, 자신이 인간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점점 신라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도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거리의 외부인이기에 그 마음을 표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카도와 그가 속한 컬러 갱1) 다라즈누구든지받아들이며 팀을 키우는 과정에서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고,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각종 기행에 성공하자 세르티는 이 거리가 자신보다 더 미쳐 있는 곳임을 알고, 결국 이런 이케부쿠로라면 자신이 괴물인 것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세르티가 자신을 괴물로 강하게 규정하는 이유는 자신의 출생이 다른 캐릭터들과 확연하게 다른 점, 사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삶을 보내온 점, 이 없어도 살아있을 수 있는 초월성 등이 그 이유였다. 여기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수용되는 감각보다는 공포나 혐오 감정과 같은, 거부되는 경험이 더 많아지면서 세르티 또한 이케부쿠로의 일반 사람들과의 교류를 포기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신라를 비롯해, ‘누구나포용하는 다라즈, 생김새는 인간이지만 평범한 인간과 확연하게 다른 비슷한 처지의 앙리, 자신의 목에 한눈에 반한 세이지. 세르티를 친구로 여겨주는 시즈오 등 소수의 인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많아진 것과, 어떠한 일로 인해 헬멧이 벗겨지지만 않는다면 거부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 세르티와 달리 존재 자체로 많은 사람들의 장기말이 되어 이케부쿠로의 뜨거운 감자그 자체인 다라즈나, 인간을 한참 뛰어넘은 괴력으로 괴물인 세르티마저 겁먹게 하는 시즈오, 사람들을 홀리게 하는 요도(妖刀)의 존재 등 거리는 다른 화제를 쫓기 바쁜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이들과 같이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은 세르티로 하여금 나만 이상한 존재가 아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그런 존재들이 있다면 자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세르티는 설령 괴물로써 주목받는다 해도 도시의 다양한 엉뚱한 화제들로 인해 묻혀진다. 이렇기에 그녀의 괴물외부인이라는, ‘남들과 다른 나라는 정체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통된 정체성을 함유하지 않는, 개성 강한 개개인이 살아가는 이케부쿠로라는 도시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대로여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변한다. 이런 도시의 특성은 도시에 살아가는 일이 많은 현대인에게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세계화가 이루어진 오늘날에 있어서 우리는 너무 쉽게 다른 도시, 다른 나라로 갈 수 있고, 그 장소의 성격에 따라 각각의 페르소나를 지녀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이 갖는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런 현대인에게 있어 세르티의 이야기는 그녀가 인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 있다.

 

 

3. ‘세르티를 수용하는 거리: 이케부쿠로


 이런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괴물인 세르티마저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이케부쿠로라는 거리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듀라라라!!>에는 괴물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세르티 말고도 다양한 정체성의 인간들이 모여있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청년, 컬러 갱 우두머리, 세르티와는 다르게 생긴 것은 인간인 괴물들, 오타쿠, 외국인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작중에서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 대변되듯, 이런 다양한 정체성을 이케부쿠로는 전부 받아들인다’. 이케부쿠로가 이렇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장소, 어떤 일이 있어도 놀랍지 않은 장소로써 묘사되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이케부쿠로가 유동성이 높은 곳이었던 것이 한 역할하지 않았을까. 유동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갔을 것이고, ‘다양성의 거리가 된 것은 아닐까. 필자가 2024년 초에 직접 방문했던 이케부쿠로는 <듀라라라!!>에 나왔던 이케부쿠로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거리에 다양한 것이 있다는 감각은 여전했었다. 동이케부쿠로로 나오면 번화가가 펼쳐지는데, 이 번화가에는 유명한 옷 브랜드 체인점이 있는가 하면 한국어로 되어있는 한국 음식점이 나오기도 하고, 조금만 더 걸으면 갑자기 오토메 로드라고 불리는 오타쿠들을 위한 굿즈 가게 집합 구역이 등장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으면 선샤인 시티를 필두로 하는 빌딩 구역이 된다. 동이케부쿠로의 번화가는 일직선으로 뻗어있는데, 그 일직선을 걸어가는 5분에 한 번씩 보이는 광경이 바뀐다. 이런 거리 구성은 이곳에 온다면 어떤 것이든 있다라는 일종의 도시다움을 느끼게 한다. 백화점으로 취급되는 선샤인 시티도 한국의 백화점들과는 다르게, 지하에서는 서브컬처 팝업 스토어와 아이돌의 게릴라 공연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등, 오타쿠를 수용하는 장소로써도 운용되고 있었다. 또한, 직접 이케부쿠로를 직접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가장 큰 또 다른 특징은 서이케부쿠로와 동이케부쿠로가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길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물론 첫 방문이었던 만큼 길을 찾는데 요령이 없던 것일 수도 있지만, 2026113일 기준으로 구글 지도에서 경로를 확인했을 때 역시나 꽤 멀리 돌아가는 루트를 제시해주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식으로 동과 서가 분리되어있고 그 두 군데가 각각의 독자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사람들 또한 자신에게 맞는 장소로 모여들게 되어 이케부쿠로는 더욱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이 되는 것이 아닐까. 앞서 언급한 저서 도쿄 스터디즈에서는 이케부쿠로에 존재하는 재일외국인들에 대한 사항을 언급하고 있는데, 일본 위키피디아에 의하자면 이런 재일외국인들은 북이케부쿠로에 모여있다고 한다. 이케부쿠로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에 있지만 동쪽, 서쪽, 북쪽은 모두 고유한 특징을 갖는 장소로써, 그 장소에는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 그것은 하나의 이케부쿠로로 다시 묶여진다. 이렇게 다양한 정체성들이 모여있는 장소이기에 <듀라라라!!>에서는 괴물마저 있을 수 있는 곳이 되며,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고 기상천외한 사건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매력적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두근두근한 맛이 있는 거리로써 이케부쿠로가 인지된 것이 아닐까 싶다.

 

 

4. 나가며

 

 이번 리뷰글에는 <듀라라라!!>라는 작품에서 가장 감명이 깊었던 정체성에 관한 부분과 이케부쿠로라는 장소를 중점으로 리뷰를 작성해보았다. 중학생 때 접했던 <듀라라라!!>가 그려내는 군상극은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떠올리게 해 더욱 몰입감과 여운을 주며 오늘날까지 본인에게 있어 최고의 명작으로 남아있다. 동시에 오늘날까지도 이케부쿠로라는 장소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동기가 되어주고 있다. <듀라라라!!>가 그려내는 이케부쿠로는 20년도 더 된 옛날의 이케부쿠로지만, 오늘날의 이케부쿠로도 언급했듯이 다양한 정체성들이 거리를 구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내가 좋아했던 <듀라라라!!> 속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이케부쿠로가 오늘날까지도 존재한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것은 기분 좋으면서도 위로가 되는 일이다. 세르티를 중심으로 글을 쓰면서 <듀라라라!!>에 일어나는 추한 일과 더러운 일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못했지만, <듀라라라!!>와 그 이케부쿠로는 이렇게 부정적인 것도 전부 포용하는 곳이니, 부디 그 매력을 느껴봤으면 한다.

 

이예원

 

 

[각주]

1)컬러 갱이란 일본의 비행집단의 일종으로, 한 가지의 을 지정한 뒤 그 색의 아이템을 몸에 걸침으로써 소속감을 나타낸다. <듀라라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다라즈투명을 팀 컬러로 내세우는 컬러 갱으로, ‘누구나가 다라즈가 될 수 있다는 이념을 내포한다.

 

2)요시미 슌야와카바야시 미키오, 2006, 도쿄 스터디즈, 커뮤니케이션북스.

 

3)池袋, https://ja.wikipedia.org/wiki/%E6%B1%A0%E8%A2%8B. (2026113일 최종접속)

 

4)필자가 직접 이케부쿠로를 갔을 때, 서이케부쿠로에 오래 머물지 못해서 서이케부쿠로만의 고유한 특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서술하지 못했다. 서이케부쿠로는 2020년을 기점으로 서쪽 출구 공원과 그 근처에 존재하는 도쿄 예술 극장으로 예술의 정체성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추측 중에 있지만 확신은 하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

 

참고자료

[단행본]

요시미 슌야와카바야시 미키오, 2006, 도쿄 스터디즈, 커뮤니케이션북스.

 

[웹자료]

池袋, https://ja.wikipedia.org/wiki/%E6%B1%A0%E8%A2%8B. (2026113일 최종접속)

 

[그림]

표지: デュラララ!!, https://www.kadokawa.co.jp/product/312133900000/. (2026113일 최종접속)

그림 1: 듀라라라!!/애니메이션, https://namu.wiki/w/%EB%93%80%EB%9D%BC%EB%9D%BC%EB%9D%BC!!/%EC%95%A0%EB%8B%88%EB%A9%94%EC%9D%B4%EC%85%98#s-2.2.1.2. (2026113일 최종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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