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게임 리뷰] <동방 프로젝트>와 2차 창작
<표지 사진: 동방 프로젝트의 주인공, 하쿠레이 레이무>
1. 서론
<동방 프로젝트> (이하 ‘동방’)는 ZUN을 중심으로 하는 동인 서클 ‘상하이 앨리스 환악단’이 제작하는 탄막 슈팅 게임 시리즈의 명칭이다. 동방은 1996년에 PC-98용 동인 게임으로 시작해, 2002년에 Windows용 동인 게임으로 플랫폼을 바꾸게 되는데, 이 2002년 이후의 작품 –즉 ‘신작’이 오늘날 서브컬처계에서 언급되는 동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 니코니코동화에 업로드된
아마 사람들에게는 ‘동방 프로젝트’라고 하면 이
<동방 프로젝트>는 최근에 화제의 인기 게임 <프로젝트 세카이>와도 콜라보를 했다. <프로젝트 세카이>에는
2. 동방에서 활발한 2차 창작이 일어난 이유
2-1. 널널한 가이드라인
우선 동방은 폭넓은 2차 창작을 허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방은 BGM에서부터 다른 게임들과는 차별점이 드러난다. 동방은 동방만의 BGM을 기반으로 한 어레인지 곡을 내고 동인 앨범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동인 서클 중에서도 음악 활동을 하는 서클이 이례적으로 굉장히 많고, 유명한 서클도 여럿 있다.¹)
또 2차 창작으로서는 굉장히 드물게 게임도 유통이 가능한데, 인디 게임 사이트에 2차 창작 게임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에 스팀에 다양한 동방 2차 제작 게임들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 화제가 됐던 <도와주세요! 사토리님>이 그 예시이다.

그림 2 – 게임 <도와주세요! 사토리님>
이외에도 동인지나 동인 굿즈에 대해서도 거의 모든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가이드라인이 널널하며, 이런 널널함 아래에서 양질의 2차 창작물들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2-2. 매력적인 설정, 그러나 캐릭터 개개인은?
가이드라인이 널널하기만 해서는 2차 창작이 활발해질 수는 없다. 결국 작품과 캐릭터에 매력이 있어야 사람들로 하여금 동인 활동을 하는 원동력을 줄 수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동방은 별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필자가 느끼기엔 동방의 세계는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동방은 ‘환상향’이라는 장소를 무대로 삼는다. 환상향은 일본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결계로 구분되어 있는 세계이다. 밖의 세계, 즉 우리가 아는 현대 일본에서 잊혀지거나 사라지거나 존재를 부정당해야만 환상향에 갈 수 있기에 환상향의 주민은 요괴나 신이 많다. 주민 대다수가 요괴나 신이기 때문에 요술적이거나 신비로운 사건이 일어날 때가 많으며, 작품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기대하는 맛이 있다. 또, 작품별로 하나의 사건 아래에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좋아하는 집단을 찾기도 쉽다. 예를 들자면 서양식 디자인이 좋다면 ‘홍마관’이, 일본 전통 이야기를 각색한 게 마음에 든다면 <동방영야초>의 ‘영원정’이 있다.
그림 3 - ‘홍마관’ 멤버 일부, 차례대로 ‘파츄리 널릿지’, ‘이자요이 사쿠야’, ‘레밀리아 스칼렛’, ‘플랑드르 스칼렛’
또 요괴와 신이라는 대목과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동방은 대다수가 동양 신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보통의 게임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필두로 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삼을 때가 많다. 신뿐만 아니라 요괴도 나오고, 개중에는 역사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인간 캐릭터도 나오기 때문에 동방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면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막 슈팅 게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대화를 별로 하지 않고 바로 전투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방감주전> 및 <동방신령묘>를 플레이한 필자가 느끼기엔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지는 3~4스테이지 캐릭터부터 말하는 내용에 특징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마저도 몇 마디 안 하고, 애초에 사건이랑 무고하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1~2스테이지의 캐릭터들은 더 적은 분량의 알맹이 없는 말을 한다. 따라서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기본적인 정보는 알 수 있지만 성격이나 속마음 같은 것은 알기 어려운 캐릭터들이 많다. 따라서 보통 캐릭터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고유한 능력이나 종족의 특징이 강조되어 소비되거나 새로운 밈이 정착하는 경우가 있다. 동방에서는 이런 특징이 활발한 2차 창작을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2-3. 준수한 디자인과 BGM
오늘날까지 2차 창작이 활발한 데에는 캐릭터들의 준수한 디자인과 게임성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서브컬처 컨텐츠가 다양해짐에 따라 개성을 챙기기 위해 점점 더 캐릭터 디자인이 과해지는 현 상황에서, 동방 프로젝트의 캐릭터들은 포인트 부분이 확실히 있으면서도 그리기 쉽다는 장점을 쥐고 있다.
그림 4 - <동방홍마향>의 ‘플랑드르 스칼렛’
동방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인 ‘플랑드르 스칼렛’은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는 금발의 소녀라는 단순한 조합이지만 '보석이 박힌 날개'라는 압도적인 포인트가 있다. 옷에 별다른 디자인도 없고, 널널한 2차 창작 아래에서 날개라는 포인트만 지키면 의상도 마음대로 그려도 되니 오늘날까지도 편하게 팬아트를 그릴 수 있는 대상으로 자주 그려지고 있다.
또 게임에 있어서 캐릭터 못지않게 화제가 되는 요소는 바로 BGM이다. 동방은 BGM이 크게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있다.
-필드곡: 일반 몬스터를 격추할 때 나오는 BGM이다.
-테마곡: 필드가 끝난 후 나오는 스테이지 보스 캐릭터의 전용곡이다.
-기타: 게임을 켰을 때 나오는 곡, 게임을 클리어했을 때 나오는 곡 등등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테마곡이 큰 인기를 끌 것 같지만, 동방은 퀄리티가 준수한 BGM이 많아 골고루 인기가 있는 편이다. 동인 주최 동방 인기투표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3. 동방의 동인 문화: 어떤 2차 창작이 이뤄졌을까
동방이 전성기일 때는 픽시브와 니코동도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절이었다. 동방은 앞서 얘기했듯이 캐릭터의 성격을 깊게 파악할 만큼 대사가 많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2차 창작을 할 때 동인 창작자들이 서사를 마음대로 창작할 수 있었다. 그 중 인기를 얻는 설정이 생기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 설정을 기반으로 2차 창작을 하게 되는데, 동방의 특징 중 하나는 동인 음악 서클들이 인기 설정을 수입해 노래를 만들고 니코동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 예시가 IOSYS의 <치르노의 퍼펙트 산수 교실>, <마리사는 엄청난 것을 훔쳐갔습니다>, COOL&CREATE의
동방의 이런 ‘밈’과 같은 확산에는, 개인적으로는 소비하기 편한 ‘부족한 심리 묘사’가 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숏폼 컨텐츠와 비슷한 원리라고 느꼈다. 필자는 이를 ‘간단한 소비’라고 느꼈다. 심리 묘사가 부족하기에 성격이나 가치관을 모르는 캐릭터들에게 자유롭게 속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동인으로서는 좋아하는 작품에 깊게 참여한다는 감상을 줄 수 있다. 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아무 속성이나 부여하고 없애고 또 부여할 수 있다는 특이점이 되기도 한다. 캐릭터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보다는 유행처럼 캐릭터를 소비하게 되어 그때그때 좋아하는 속성을 부여하고 없애고, 인기있는 속성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깊이 있는 양질의 2차 창작보다는 빠르고 가볍게 소비되는 2차 창작이 성행하기도 한다.
물론 동방은 동인이 많은 만큼 ‘동방은 이런 2차 창작이 주류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 이 감상은 니코동에서 이뤄지는 동인 음악 서클의 어레인지 영상들을 중점으로 하는 감상으로, 서클들의 ‘밈’과 같은 영상들과 ‘캐릭터 붕괴’ 논란 같은 현상을 보고 들었던 생각을 서술한 것이다. 서클들의 '캐릭터 붕괴'는 말 그대로 동방 어레인지 곡을 낼 때, 화제성을 얻기 위해 캐릭터의 성격이나 말투를 과하게 뒤틀어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이런 캐릭터 붕괴도 결국 ‘간단한 소비’의 일환으로, 밈과 같이 가벼운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됐다. 동방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밈’과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4. 결론
<동방 프로젝트>는 어찌 됐든 오늘날에도 픽시브 그림 랭킹에 자리를 잡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동방은 2차 창작 문화 전반과 함께 성장했고, 유일무이한 2차 창작 문화를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도 ‘동인 음악 서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2차 창작으로 게임이 나오고 하는 건 동방 정도 뿐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넘어간 니코동 유저들, 혹은 아예 처음부터 니코동과 유튜브를 같이 한 유저들이 적지 않은 오늘날, 니코동에서 생겨난 밈과 동방 프로젝트의 인지도는 건재하다. 그런 동방이 똑같이 니코동 문화에서 태어난 <프로젝트 세카이>와 콜라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동방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오늘날의 유튜브 문화나 서브컬처를 소비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동방의 앞날에는 관심이 많다. 동방은 장수 중인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작품 자체의 매너리즘은 덜 한 편이지만, 새로운 팬들의 유입은 전성기에 비하면 확 줄어들었다. 골수팬들이 많아져서 ‘그들만의 리그’와 같이 되면 장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 앞서 말한 서브컬처 전반의 디자인이 과해지는 현상은 사실 ZUN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동방의 디자인이 호평받는 것은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디자인이 심플했던 시기에서부터 동방의 역사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동방감주전>에서부터 최신작으로 갈수록 디자인이 호평받는 일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ZUN은 최신 디자인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옛날 동방 디자인의 매력도 챙겨야 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 외에도 원작자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오늘날 서브컬처 판에는 니코동을 겪지 않은 새로운 세대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동방을 겪은 세대들이 아직 활약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향후 <동방 프로젝트>는 서브컬처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각주]
¹) 죠죠의 기묘한 모험: 스톤 오션에 OP을 제공한 키시다 교단이나 각종 리듬 게임에 노래를 쓰고 있는 IOSYS 등이 그 예시.
²) 앞서 언급했던 <최종귀축 여동생 플랑도르 S>의 원곡.
참고문헌
[사진 자료]
표지 사진, 東方Project25年記念サイト, キャラクター, https://touhou-x.jp/character/. (2025년 2월 10일 최종접속)
그림 1, ニコニコ動画, https://www.nicovideo.jp/watch/sm8628149. (2025년 2월 10일 최종접속)
그림 1,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FtutLA63Cp8. (2025년 2월 10일 최종접속)
그림 2, Steam,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914970/_/, (링크). (2025년 2월 10일 최종접속)
그림 3, 東方Project25年記念サイト, キャラクター, https://touhou-x.jp/character/. (2025년 2월 10일 최종접속)
그림 4, 東方Project25年記念サイト, キャラクター, https://touhou-x.jp/character/. (2025년 2월 10일 최종접속)
[웹 자료]
東方Project25年記念サイト, https://touhou-x.jp/. (2025년 1월 23일 최종접속)
東方Project25年記念サイト, ヒストリー, https://touhou-x.jp/. (2025년 1월 23일 최종접속)
東方よもやまニュース, 東方Projectの二次創作ガイドライン, https://touhou-project.news/guideline/. (2025년 1월 23일 최종접속)
ピクシブ百科事典, 幻想郷, https://dic.pixiv.net/a/%E5%B9%BB%E6%83%B3%E9%83%B7. (2025년 1월 23일 최종접속)
第16回 東方Project 人気投票, https://toho-vote.info/result16/. (2025년 1월 23일 최종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