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패션오타쿠의 등장과 오해
1. 들어가며
패션오타쿠란, 유행, 겉치레를 의미하는 ‘패션(Fashion)’과 일본 서브컬쳐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오타쿠(Otaku)’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해당 용어는 2020년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한 일본 서브컬쳐를 겉핥기 식으로 접하면서 스스로를 오타쿠로 지칭하는 소위 ‘오타쿠인 척’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 양상을 살펴보면, 이른바 ‘갓반인(쉽게 말해 오타쿠가 아닌 일반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서브컬쳐)를 빼앗는 것을 경계하고 범주화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을 배척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일본의 오타쿠들의 인식 변화와 수용방식하고는 다소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글을 통해, 한국 사람들, 개중 특히 오타쿠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왜 자신들의 문화를 보수화하고 대중들과 공유하기를 꺼리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 ‘오타쿠(Otaku)’란?
오타쿠라는 용어는 주지하다시피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2007) 속 아즈마 히로키의 말을 빌리자면, 오타쿠의 탄생은 1960년대 즈음으로 보고 있으며, 그 중 특히 70년대 대두된 새로운 서브컬쳐의 주역을 가르키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일본 전역을 들썩이게 한 ‘미야자키 쓰토무(宮﨑勤) 사건’을 계기로 하여, 오타쿠라는 단어는 반 사회적 사람들의 집합체이자 도착적이고 음습한 분위기를 지닌 사람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며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서브컬쳐에 대한 인식은 오타쿠들을 향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평가 속에서 비주류 문화로 격하되었고, 이를 선호하는 사람들 역시도 함께 평가절하되었다.
가령 이러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전차남>을 들 수 있다. 해당 작품 내에서는 오타쿠들을 방구석에 틀어박힌채 서브컬쳐를 소비하며 자신들끼리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지만, 정작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떨어지는 모습으로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오타쿠들을 보면서 ‘혐오감’을 드러내는 작중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그 당시 일본 내에서 사람들이 오타쿠들을 향해 가지고 있던 고착적이고 부정적인 인식들이 어떤 식으로 드러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다음 [그림 1]은 <전차남> 속 주인공(오타쿠)이 지하철역에서 한 행인과 부딪히면서 서로의 소지품을 바닥에 떨어뜨린 장면이다. 이 때 주인공의 소지품은 미소녀(월면토병기 미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가 등장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집과 피규어, 기타 굿즈 등이다. 이 모습을 본 행인은 자신의 소지품을 주워주는 주인공에게 손 대지 말라며 질겁하는데, 여기에서 당시 대중들의 오타쿠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 반영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1] 드라마 <전차남> 속 오타쿠들을 향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의 일면
한편 1990년대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이 전세계적인 히트를 치고 나서부터 일본의 서브컬쳐에 대한 인지도는 급상승하게 되었고, 이후 서브컬쳐에는 이전과 사뭇 다른 바림이 일게 되었다. 특히나 일본에서 내세운 ‘쿨재팬’ 전략으로 인해 서브컬쳐는 어느덧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이자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리잡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일본 내에서 오타쿠들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전환되기 시작했다. 결국 1990년대 이후의 일본은 90년대 이전의 오타쿠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새롭게 등장한 긍정적 인식이 혼재하는 과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에서는 1998년 10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쉽 공동선언)’을 계기로 하여 본격적으로 일본의 대중문화가 개방되어 유입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한국에서 수용한 오타쿠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90년대 이전의 일본 사회가 가졌던 오타쿠의 부정적 편견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오타쿠’는 ‘오덕’ 혹은 ‘오덕후’로 번역되면서, 마이너한 장르, 그중에서도 ‘미소녀‘와 섹슈얼한 요소가 강조된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남성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었다. 특히나 이들의 모습을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출중하지 못한 외모로 그려내고, 말을 수시로 더듬거나 말끝마다 “-능”의 접미사를 붙이는 독특한 말투를 구사하는 인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을 ’씹덕‘이라고 폄하하면서, 일본 오타쿠의 부정적인 인식에 기인한 멸칭으로써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90년대 전후 일본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서브컬쳐의 소비 범위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오타쿠들의 서브컬쳐 범위는 애니메이션에서부터 피규어, 만화, 특촬물, 코스프레, 철도, 전자기기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그러나 한국에서 소비되는 오타쿠의 이미지는 거진 대부분이 ‘애니메이션’과 ‘만화’ 오타쿠에 국한되어 있고, 조금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피규어 수집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물론 아이돌 등 다른 서브컬쳐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일반적으로 ‘마니아’, ‘광팬’, ‘빠순이’ 등의 다른 표현으로 대체되어 불렸다. 이는 해당 집단이 오타쿠의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묶이는 것을 꺼려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오타쿠는 대개 2D 캐릭터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림2] 웹툰 <프리드로우> 속 ‘동까’ [그림3] 한국에서 소비되는 오타쿠 이미지
3.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주류문화로 편입되고 있는 오타쿠 문화
이렇게 한국사회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었다가, 2000년대 이후로 한국에서 일본의 서브컬쳐는 점차 주류 문화로 편입되는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세계적인 흥행을 선보인 ‘지브리 스튜디오’나 '에반게리온', 그리고 다양한 소년 만화 장르의 작품들이 한국에서도 대성공을 거두면서, 기존에 한국의 오타쿠들이 소비한다는 인식에 있던 작품들과 사뭇 다른 결의 애니메이션이 큰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이에 일본의 서브컬쳐(특히 애니메이션)는 마이너한 이미지가 아닌 어느정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획득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후에 등장한 다양한 미디어믹스 작품들이 영화계는 물론 다양한 산업군에서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주류문화로 급부상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상황이 대중들의 인식 전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도 초기 지배적이었던 오타쿠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전환되기 시작했고, 일본과 유사하게 상이한 두 인식이 공존하는 과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덕분인지 한국에서도 오타쿠의 이미지는 점차 ’어떤 한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확장되었고, 오타쿠들의 소비 분야에 있어서도 만화, 애니메이션을 넘어 다양한 서브컬쳐(아이돌, 인디밴드, 뮤지컬, 코스프레 등)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후, 한국에서는 오타쿠를 뜻하는 ‘오덕후’에서 ’덕‘이라는 글자를 가져와 어떤 한 분야를 깊게 파고, 좋아하고, 열광하는 행위를 ’덕질‘이라 규명하며 다시금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내게 된다. 특히나 이 용어의 특징은 특정 집단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닌 스스로의 취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표현으로써 사용되며, 결과적으로 대중적으로도 사용되는 ’긍정적 표현‘으로 자리잡아 오타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게 되었다.
4. 홍대병을 거부하는 진짜 오타쿠들
’홍대병‘은 스스로 남들과 다른 마이너한 문화를 소비하는 것에 심취하고 이를 과시하는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용어이다. 이들은 대중적인 주류문화를 거부하고 그들만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취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은연중에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다. 특히나 이러한 특징의 사람들이 젊은 세대들 중에서도 음악이나 패션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에서 빈번히 등장하게 되는데, 문제는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소비자들’도 이 범주에 조금씩 포함되면서 발생한다. 애니메이션이 대중성을 획득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일부 탈피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마이너하다는 인식도 잔류하는 현 상황이 ‘오타쿠’들이 ‘홍대병’의 기준을 일부 충족시키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오타쿠들이 소비하는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척’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특히나 이들은 <짱구는 못말려>와 같은 대중적인 작품이 아닌 다소 마이너한 작품을 선호하는 척하며, 오타쿠를 일반 대중들과 자신을 구분하는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서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스스로 대중과 오타쿠 사이의 경계를 만들어 내며 대중들을 배척하는데, 이로 인해 대중들은 일종의 반감을 갖게 된다. 그 결과, 대중들이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오타쿠들을 ‘홍대병’이라고 일컫는 상황으로까지 번지게 되면서 갈등은 심화된다.
이러한 상황은 어찌보면 ‘오타쿠’들에겐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일찍이 ‘오타쿠’라 불리며, 한국사회 내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왔던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의 주류 문화 편승으로 조금씩 인식의 회복을 경험했는데, 다시금 ‘홍대병’ 취급을 받으며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즉 처음부터 ‘서브컬쳐’로써 애니메이션을 소비했던 오타쿠들의 긍정적 인식이 제고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부정적 인식이 다시금 부활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의지가 일절 반영되지 않은 이러한 상황이 계속해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타쿠들(특히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왜 저러는 걸까?”, 혹은 “도대체 우리보고 어쩌라는거지?”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타쿠들은 이전부터 줄곧 자신들이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을 그저 소비했을 뿐이고, 대중들과의 경계를 스스로 만들어내지도 않았다. 도리어 자신과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이나 대중들, 혹은 일부 사람들의 변화·움직임에 따라 ‘씹덕’ 혹은 ‘홍대병’이라 일컬어지며 각종 조리돌림을 당하는 상황이 그들에겐 탐탁지 않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오타쿠들이 자신들을 홍대병과 구분지으며, 왜곡된 인식을 다시 바로잡으려는 의도에서 ‘패션오타쿠’라는 표현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지 유추해 보았다. 특히 홍대병과 같이 주류문화에 대한 반발심이나 일종의 과시욕 때문이 아닌,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비한다’는 목적을 강조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오타쿠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홍대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역으로 패션오타쿠라고 지칭하여 비판함으로써 자신들과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처럼 오타쿠들이 특정 표현까지 만들어 내며 주체적으로 경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오타쿠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조차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따라서 지난 10~20년 사이 여러 번 급변한 오타쿠에 대한 인식과 앞선 홍대병과 같은 사례로 인해 이리저리 휘둘린 오타쿠들이, 혼란스러운 한국 사회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그들 스스로를 명확히 정의한 것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오타쿠들은 ‘서브컬쳐’가 가지는 하위문화의 개념을 강조하고, 자신이 홍대병이 아닌 진짜 오타쿠임을 증명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가령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심도 있게 소개하거나, 소비했던 다양한 작품들(특히나 대중들이 마이너하다고 판단하는 작품들을 포함하여)을 나열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등의 모습이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다음 [그림 4]는 ‘오타쿠 테스트’라고 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이 곳에서는 자신의 오타쿠력(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식의 깊이와 넓이)을 시험하고 서로의 수준을 비교하여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타쿠들은 자신의 오타쿠력을 측정하면서, 스스로 패션오타쿠가 아닌 ‘진짜 오타쿠’임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또한 해당 사례가 오타쿠들 사이에서 일종의 트렌드로까지 번지게 되면서, [그림 5]처럼 대중매체(SNS)에서도 관련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일반 대중들도 이러한 콘텐츠들을 접하게 되면서 진짜 오타쿠들의 오타쿠력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그림4] 오타쿠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
[그림5]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오타쿠 테스트 콘텐츠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대중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마이너한 면모만이 강조되어 비추어졌고, 그 결과 대중과 오타쿠 사이에는 보이지 않은 경계가 있다고 판단할 빌미를 제공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션오타쿠라는 용어 또한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며, 진짜 오타쿠들이 일반 대중들과 자신을 구분하는 용어로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결과적으로 ‘오타쿠들을 홍대병으로 취급하는 대중 vs 대중들을 패션오타쿠로 취급하는 오타쿠‘라는 구도가 형성되게 된다. 대표적인 예시로 최근 흥행으로 높은 인지도를 획득한 애니메이션(귀멸의 칼날, 체인소맨, 주술회전 등)이나 장기연재로 대중성을 획득한 작품(짱구는 못말려, 명탐정 코난, 원피스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패션오타쿠라고 칭하는 사례가 있다. 이는 마이너한 작품들까지 섭렵한 오타쿠들과 대중성 있는 작품만을 소비한 오타쿠들을 구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물론 오타쿠들은 그들의 기준에서 홍대병인 사람들을 걸러내려는 의도로 사용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순수하게 메이저한 서브컬쳐를 즐기는 대중들도 걸러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써 대중과 오타쿠 사이의 미묘한 대립 구도는 점차 부각되면서, 한편으로는 대중들을 배척한다는 식으로도 비추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5. 나가며
이렇듯 최근 한국에서 오타쿠의 경계는 주류문화와 하위문화 사이에서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나 대중성을 획득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등장함에 따라 오타쿠 문화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도 사용되며, 빠르게 한국사회에 확산되었다. 이에 오늘날 트렌드의 상징인 홍대는 물론, 용산, 성수 등에도 오타쿠의 문화가 정착하게 되면서 더 이상 오타쿠는 이전의 부정적이고 마이너한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트렌드의 상징으로써 발돋움하게 된다.
하지만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오타쿠의 이미지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초기에 유입된 ‘오타쿠’라는 용어가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새롭게 재정의되고 파생되는 것을 반복해 왔듯이, ‘패션오타쿠’라는 용어 또한 의미가 혼재되고 의도가 변화함에 따라 예기치 못한 오해들을 낳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오타쿠들 스스로가 만들어냈던 패션오타쿠라는 표현은, 결과적으로 오타쿠의 정의를 바로잡거나 인식을 개선하기 보다는 오타쿠들 중에서도 심도있는 ’진짜 오타쿠‘를 선별하는 배타적인 용어로 변질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중적으로 급부상한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과 같은 메이저 작품들만을 소비하는 오타쿠들을 머글, 갓반인, 혹은 패션오타쿠라고 지칭하는 추세이다. 즉, 최근 패션오타쿠의 경향은 서브컬쳐를 접하긴 하지만, 낮은 오타쿠력을 지닌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새롭게 정의되었다고 정리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타쿠들이 진정으로 대중과의 문화 공유를 거부하고, 그들을 배척하여 스스로 범주화 되기를 희망했는지는 앞에 언급한 맥락들을 토대로 신중하게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의도하여 만들어낸 경계인지, 아니면 급변하는 한국 사회의 트렌드가 만들어 낸 폐해인지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비판적인 관점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필자는 본 글로 하여금 현 오타쿠들에 대한 인식의 맹점을 두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타쿠라는 문화가 흑백 논리로써 비추어지면서 범주화되거나, 특정 문화 소비 형태나 집단을 비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분명히 하고 싶다. 이러한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고 심화된다면, 머지않아 이런 문화 소비 현상이 갈등만을 조장하고, 더 나아가 사회를 와해시키는 문제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한국 사회가 건강한 문화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갈등을 조장하는 표현들의 사용을 경계하고, 표면적으로만 문화를 이해하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바라보며 서로를 이해하는 태도를 함양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본 글을 마치고자 한다.
김류한
【참고문헌】
▮단행본
아즈마 히로키, 이은미 역, 2007,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 문학동네, pp. 17-24.
▮학술논문
임찬수·이윤지, 2013, 「한국 오타쿠에 관한 용어와 의미 고찰」, 일본연구 제34집, pp. 325-342.
▮칼럼 및 기사
김효진, 2011, ’오타쿠에 대한 한일 인식의 차이‘, 국민대신문, https://press.kookmi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340 (최종 검색일: 25.12.20.
최수진, 2025, ‘‘괴짜’ 드러낼수록 힙하다…트렌드 중심에 선 ‘오타쿠코어’[최수진의 패션채널]’, 한경 BUSINESS,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509154748b (최종 검색일: 25.12.21.)
조수아, 2025, ‘가챠숍·팝업스토어·챌린지까지...‘오타쿠’가 힙해졌다’, 한경BUSINESS,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508138422b (최종 검색일: 25.12.21.)
▮이미지 출처
[그림 1] 드라마 <전차남>(2005) 화면 캡처
[그림 2] 나무위키, https://namu.wiki/w/%EA%B9%80%EB%8F%99%ED%99%98(%ED%94%84%EB%A6%AC%EB%93%9C%EB%A1%9C%EC%9A%B0) (최종 검색일: 25.12.21.)
[그림 3] https://orbi.kr/00073462923 (최종 검색일: 25.12.21.)
[그림 4], [그림 5] 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