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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일반인을 사로잡았는가

이예준2026.02.02

 

들어가며


 요즘 극장에 가면 낯선 얼굴들이 박스오피스 1,2위를 다투는 것을 볼 수 있다.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렇듯 여러 일본 애니메이션이 서브컬처의 범위에서 벗어나 흔히 일반인이라고 불리는 비() 오타쿠들에게까지 그 팬층을 넓히고 있다. 2020년대 이전, 대중화된 일본 애니메이션은 스튜디오 지브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등 극히 소수의 작품으로 제한되었지만, 이제는 더 많은 작품이 오타쿠층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대중화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많은 일본 콘텐츠가 수입되며, 이들에 대한 한국 대중의 반감이 점차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2010년대 이후 넷플릭스 등의 OTT서비스가 널리 보급되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접근성이 향상된 것 또한 애니메이션 대중화를 촉진한 주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모든 작품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시청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수가 늘어난 것은 확실하며, 일본 콘텐츠에 대한 반감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중화는 아직까지 일부 콘텐츠에만 적용되는 이야기이며, 아직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일반인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문화 개방과 OTT서비스의 등장은 일본 애니메이션에게 한국 진출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으나, 그 기회를 틈타 한국 대중에게 파고든 작품의 수는 많지 않다. , 언제까지나 일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수용하는 애니메이션은 어떤 특징을 가졌기에 서브컬처의 벽을 깨고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을까?



극장에서 상영 중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어떤 작품이 인기를 끌었는가?


 우선,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최근 어떤 작품이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얻었는지 살펴보자. 2025년 한국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으로, 각각 2위와 5위에 자리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약 568만명의 관객 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악 340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2023년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경우,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또한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기에, 대중화된 서브컬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은 한국 대중들 사이에서 폭넓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1992년 한국에 출판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슬램덩크>시리즈의 일부이다. , 이 두 작품은 1990~2010년대부터 한국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여겨졌으며, 2023년의 흥행 성공은 원래부터 보유하고 있었던 인기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일본 서브컬처의 대중화를 파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예시이기에, 이 글에서는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을 중심으로 일반인들도 즐기고 있는 애니메이션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를 논할 것이다.

 

 

두 작품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귀멸의 칼날>시리즈는 2019년 애니메이션화가 된 이후 줄곧 한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일본 애니 대중화의 선봉에 선 시리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애니메이션산업백서> 따르면, <귀멸의 칼날>재밌게 본 애니메이션 작품항목 1위를 차지하였다. 2021년 무한열차편으로 215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바가 있으며, 2025년 무한성편으로 다시 한번 흥행에 성공하였다. <귀멸의 칼날>은 명확한 갈등 구조를 띠며, 주인공의 성장을 다루는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스토리를 가졌기에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으나, 다소 진부한 스토리와 설정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시리즈였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 완전히 역전되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Ufotable의 수려한 작화가 더해져, <귀멸의 칼날>은 평범한 만화에서 일본 대중문화의 대표 IP로 성장할 수 있었다. 화려한 액션 연출을 보는 즐거움으로 한 시리즈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변화한 것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한 장면

 

 <체인소맨>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귀멸의 칼날>에 비해, 한국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시리즈였다. 상대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부자연스러운 3D작화의 영향도 있겠으나, 지나친 폭력성과 성적인 묘사가 작품의 진입장벽을 형성한 것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관객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의 명성에 이끌려 극장을 찾은 필자는, 영화를 관람하며 극장판이 TVA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TVA에서는 폭령성과 섹슈얼리티를 드러내긴 하지만, 그것이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 보는 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이는 작품의 의도를 전하기에 용이할 수 있으나, 이를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큰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불쾌감은 그대로 작품의 진입장벽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레제편은 여러 장치를 사용하여,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관객에게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의 특징은 극장판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수영장 씬에서 잘 드러난다. 극장판은 폭력성과 섹슈얼리티를 숨기는 것이 아닌, 그에 적합한 연출을 통해 작품에 녹여내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본작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수영장 씬에서 잘 드러난다. 이 장면은 주인공인 덴지와 레제가 알몸인 상태로 수영장에서 함께 노는 다소 선정적인 장면이지만, 두 인물의 상황과 적절한 연출이 맞물리며,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는 하나의 예술적인 장면이 되었다. 수영장 씬은 이후에 벌어지는 두 인물 간의 전투에서,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심화하는 역할 또한 수행한다. , 폭력성과 섹슈얼리티를 두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한 번 다듬어, 더욱 설득력 있고 부담스럽지 않게 관객에게 전달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의 수영장 씬


 앞서 살펴본 두 작품의 성공 요인은, 결국 관객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문화콘텐츠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이고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중을 만족시켰다. 두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다. 화려한 액션 연출, 효과적인 주제 전달을 통해 대중의 마음에 들었기에, 다수가 즐기는 콘텐츠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는 각 작품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수단일 뿐, 인기를 가져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지는 못한다.

 

 

결론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도약에는 일본 콘텐츠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영향이 클 것이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연출이나 선정적인 묘사, ‘오타쿠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 줄어든 것은, 현재 몇몇 애니메이션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주요인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한국 사회의 기저에 깔린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한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문화 콘텐츠의 기초적인 요소에서 찾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문화 콘텐츠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작품만이, 일반인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귀멸의 칼날> <체인소 맨>은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고, 그 주제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기에 인기를 끌 수 있었다. 한국 대중의 시선이 변화한 틈을 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화콘텐츠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와 더불어 개별 작품의 우수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은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하나의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서브컬처의 대중화라는 큰 틀에서만 설명한다면, 각각의 작품이 가진 가치를 놓치게 된다. 어떤 애니메이션을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의 또 다른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이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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