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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어느 가족>, 시바타 아키와 사야카를 중심으로

이준성2022.01.03

「어느 가족」, 시바타 아키와 사야카를 중심으로 

 

들어가며

「어느 가족」은 서로 안면 식이 없는 남들로 구성된 ‘가짜 가족’, 시바타(柴田) 일가가 가정 폭력으로 집을 탈출한 아이, 유리(ゆり)를 데려오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이들이 갖는 공통점은 진짜 가족으로부터 소외받아 버려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작 중에서는 이렇듯 진짜와 가짜, 규범과 규범 밖이 대립하는 구성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시타바 일가는 하츠에(初枝)가 받는 노인 연금과, 오사무()와 노부요(信代)가 일용직 혹은 파트타임을 통해 버는 소득, 아키가 풍속(風俗) 업소에서 몸을 대가로 번 돈으로 생활을 한다. 그럼에도 생활이 변변찮아 도둑질(万引)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원작의 이름이 「万引家族」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일본 사회 속 어딘가 존재할 시타바 일가 사람들이 어쩌다 규범 밖으로 내몰렸는가, 그리고 그 이유에 사회 속 통념과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닌가 묻고 있다.

 

 

쇼타(祥太)와 오사무가 마트에서 상품을 훔치고 달아나는 장면: 평범한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한 장치인 쇼핑 카트는 매장 내에 내버려 둔 채, 그 너머로 쇼타와 오사무가 매장 밖으로 도주하는 모습이 앵글에 담긴다. 마트의 문을 기준으로 안과 밖, 즉 규범과 규범 밖의 대조를 조명한다.

 

 

거울과 사야카

그 중에서도 필자는 시바타 아키(柴田)에 집중해보려 한다.

1.     시바타 아키는 유흥 업소에서사야카라는 가명으로거울안에서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요구를 만족시키며 서비스를 제공하며 돈을 번다. 아키는 이복동생과 비교당하며 차별을 받다 도망쳐 집을 나왔다. 동생의 이름은사야카.

2.     유리는 시타바 일가가 되고 얼마 안 가 실종 수배가 내려졌다. 아키는 유리가 함께거울앞에 앉아 자신과 똑 닮은 단발 머리로 머리카락을 잘라 주고, ‘이라는 가명을 붙여 준다.

근대 문학에서 거울은 상징적인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으로는 일본의 근대 문학의 상징으로 불리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문학에서는 근대 문학에 쓰인 거울의 기능이 명료하게 나타난다. 구니스에 다이헤이(國末泰平)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거울은 작품 속에서 의 모습을 한 또다른 자아가 등장할 수 있는 도구로서, 1자아와의 분열·통일을 가능케 하는 매개물로 소비된다. , 이러한 과정-1자아와 또다른 자아와의 이분화 및 대립-을 통해 자의식을 표현하거나, 나아가 조작-지어서 만듦-했다.[1] 이상 스토리라인에서 거울이 사용된 점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특히 아키의 고객인 4번 손님(四番さん)을 통해 그 이러한 제1자아와 또다른 자아가, 거울의 안과 밖이라는 가시화됨을 확인할 수 있다.

거울 속 나는 세상에 내비치는 자신의 모습임을 상징한다. , ‘거울 속 나는 대립한다. 또한 거울 속 나는 주변의 요구가 투영되어 만들어진 모습이다. 규범-공적 장소, 즉 풍속 업소-에서 보여지는, 사랑받는 자신의 자아가사야카인 것은,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복동생 사야카에 대한 아키의 열등감과 모방 심리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는 심리학 개념인 거울 자아 이론(looking glass self), 즉 자신이 생각하는는 뇌가 인지하는 표상(表象)일 뿐이라는 이론을, 작품에서는 거울이라는 장치를 통해 비춘다. 자신의 뇌는 학습되어 온 기억을 내면화하면서 나를 구체화한다. “소외받는 아키, 사랑받는 사야카.” 아키가 학습하고 내면화 했을 기억이다. 이로써 아키는 제1자아인 아키와 또다른 자아인 사야카를 대립시킴으로써 자의식을 표출했다. 다시 말해, 사랑받고 싶은 욕구-자의식-사야카라는 가명, 거울 속 나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2]

 

 

시바타 아키를 통해 바라본 멀티 페르소나

아키는 사야카라는 거울 속 나, 사회가 원하는 모습을 투영한 또다른 자아를 앞세운다. 순종적이며,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들을 파악하여 그에 응하는 행동을 한다. 이 같은 구도는 아키가 종사하는 풍속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유사 이래 단 한 순간도 권력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살지 않았다. 제사회마다 권력 구도의 형태는 다르지만, 구성원들은 이러한 구도 하에 살아가기 유리하도록 저마다의사야카를 내세워 규범 속에 머무른다.

최근 SNS의 보급화에 따라, 또한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에 따라2의 나거울 속 나, 즉 부캐(character)를 만드는 행위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부캐 내세우기가 최근 시작된 것은 아니다. 조직 사회가 생겨날 무렵부터 제1자아와 또다른 자아를 이분화하는 행위는 있어 왔고, 최근 그것이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라는 단어를 표방하며 가시화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새롭게 떠오른멀티 페르소나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결이 다른 현상이다. 시대의 변화가 만들어 낸 신조어이자, 삶 속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에 따른 결과물이다. 회사 내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내가 다르며, SNS상에서의 나의 모습 또한 다르다. (중략) 오히려 각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회적 가면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활동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3]

위에서 알 수 있듯, 멀티 페르소나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멀티 페르소나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자가 느끼는 심리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는 제1자아가 진짜 나이며 멀티 페르소나는 결국 가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키는 제1자아로서 겪었던 애정 결핍을 사야카라는 또다른 자아, 즉 멀티 페르소나를 사용함으로써 극복하려 한다. 현대 사회에서 멀티 페르소나의 유행을 통해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자아 간 간극이 클수록 그 괴리감에 짓눌려 힘들어 하는 제1자아의 모습이었다.[4] 아키가 토크룸-거울 밖-에서 4번 손님을 접대하는 장면 또한, 사야카로 살아가는 것에 지쳤음을 보이는 장면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아키는 규범에 적응하기 위해 멀티 페르소나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아키를 살펴봄으로써, 가면을 쓰지 않고는 규범 속에서 살아 갈 수 없는 현대 사회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1] 윤일, 2014.06,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학과거울, 동북아시아문화학회, 동북아 문화연구 제39, 425-426

[2] 조해리, 2021.06, 「‘나’라는 존재는 뇌가 만든 표상 : 부캐와 멀티 페르소나가 확장되는 시대」, 브레인Vol.88, 한국뇌과학연구원, 27

[3] 백지우 외 2, 2020.04, 2020 마케팅 트렌드: 멀티 페르소나」, 마케팅 54, 한국마케팅연구원, 63

[4] 왕설영, 박성복, 2021.07, SNS 피로감이 20대 이용자의 자기표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SNS 이용자별 특성을 중심으로」,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논문지 제22권 제7,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 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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