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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이후의 지구, 『니어:오토마타』Review

차진혁2019.11.21

#니어:오토마타

#Nier:Automata

#포스트휴먼

#안드로이드


인류가 사라지고 자연과 폐허만이 남은 미래. 

자신의 운명에 따라 싸우는 기계들. 

안드로이드는 인류의 영광을 꿈꾸는가? 

 

 

니어 오토마타, 보부아르 2차전 플레이 영상

 

『니어:오토마타』작품 개요


 

『니어:오토마타(NieR:Automata, ニーア オートマタ)』는 2017223일 플레이스테이션4로 발매, 3월에 PC(스팀)으로 발매된 액션 롤플레잉 비디오 게임이다. 제작은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 Holdings Co., Ltd.)와 플래티넘 게임즈(PlatinumGames Inc.) 합작으로, 디렉터와 음악은 전작인 『니어:레플리칸트』와 마찬가지로 요코오 타로(横尾 太郎)와 오카베 케이이치(岡部 啓一)가 맡았다. 가격은 44,800, 등급은 청소년 이용불가이며 한국어 자막선택이 가능하다

 

류세란?

 

 인류세(Anthropocene)는 네덜란드의 화학자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이자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으로, 인류 이외의 생물들이 다량으로 멸종하면서 지구의 환경체계가 급격하게 변하게 된, 즉 인간이 만든 지질학적 시대를 의미하며, 시대 순으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기인 홀로세(Holocene,또는 충적세沖積世로도 불림)이후를 나타낸다. 가령 인류가 전 세계를 누빌 수 있게 해준 항해술의 발달은 각종 질병이 국경을 넘어 창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현재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다방면의 기술발전 뒤에는 각종 생물들의 멸종과 지구온난화 등의 이상기후와 같은 자연환경의 훼손이 뒤따라왔다.

 이러한 환경훼손에 반성하며 인류세의 위기를 촉발한 가장 큰 이유인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고가 바로 탈 인간중심적인 사고, 즉 포스트 휴머니즘이다. 포스트 휴머니즘 사고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동물, 식물, 지구, 기계 등등)과 공존하는 길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이는 언뜻 생각하면 쉬울지 몰라도 실은 매우 복잡한 사고를 요구한다. 가령 동물을 아끼고 보호하자라는 생각은 은연중에 동물을 의인화하여 동물에게 보상이나 권리를 주고자 하는 생각이 잠재된 것으로, 이는 인간이 살아오며 얻게 된 취약성을 동물에게도 주입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자칫 인간은 관대하다는 자아도취적 생각으로 변질될 수 있다. , 동물을 보호하자는 생각 자체가 인간은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 ‘동물은 보호받아야 되는 존재라는 수직적인 구분을 만들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인간중심적 사고의 한계를 답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포스트 휴먼적 사고에는 인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사고가 요구된다.

 필자가 비디오게임『니어:오토마타』를 플레이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인류가 이미 멸망한 후를 배경으로, 플레이어가 안드로이드가 되어 인류의 대행자로서 활동한다는『니어:오토마타』속 상황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인간으로서의 속성들에서 벗어나 비인간적 주체로서의 가상현실을 경험하게 한다. 플레이어는 이를 통해 포스트 휴먼적 상상력을 체험할 수 있으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 또한 마련할 수 있다. 이외에도 깊이 있는 스토리나 게임 속 분위기와 어울리는 OST등등 게임 자체의 작품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인정받아 2017GOTY(Game of the year) 4위를 기록하거나 The Game Award for Best Score/Soundtrack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니어:오토마타』스토리 배경

 

소설『니어 오토마타 : 긴 이야기』의 프롤로그 일부

 

서력 5012. 외우주에서 날아온 에일리언, 지구 침략 개시. 그들이 투입한 병기 기계생명체로 인류 문명 괴멸. 살아남은 자들은 달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서력 5204. 위성 궤도상에 설치된 12개의 기지에서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반공(反攻)작전 개시. 해당 연도에만 십 수 차례에 이르는 대규모 강하 작전이 실시되었으나, 수적으로 우세인 기계생명체 측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지는 못했다.

 

 이후, 전황은 수천 년에 이르는 교착 상태에 빠진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대 기계생명체 결전 병기 요르하형 안드로이드의 연구 및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테스트기로 실험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첫 요르하 기체가 제조되기에 이른다. 때는 서력 119378. 신병기의 개발이 시작된 지 1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로봇임을 거부하는 모습들

 

(기계생명체 보부아르‘, 1회차 전투 등장 모습)

 사전적 단어해석을 통해 제목의 의미를 추측해 봤을 때, 우선『니어:오토마타(NieR:Automata)』는 ‘Nier’‘Automata’로 구성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Nier'부정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동사이며, ‘Automata’는 영단어 ‘automaton’의 복수형으로 자동장치, 작은 로봇, 그리고 로봇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데, 이를 종합해보면 로봇임을 거부함’, ‘로봇 같은 사람임을 부정함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목의 의미는 작중 인물들이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두 가지 모습과도 연관성이 있다

 

(‘아담의 죽음 이후 슬퍼하는 기계생명체 이브’)

 첫 번째는 작품 속 캐릭터들의 인간과 닮은 사고와 행동들이다. 구체적으로는 기계생명체 이브가 자신의 형이라고 인식하는 아담의 기능이 정지된 것을 확인한 후에 슬퍼하는 모습, 작품 초반부에서 나타나는 안드로이드 9S의 호기심 가득한 행동 등이 있다. 특히, ‘이브의 슬픔과 분노는 하나뿐인 가족을 잃었다는 허망함자신의 친족을 죽인 자들에 대한 복수심이라는 이유에서 인간적으로지극히 당연하게 납득될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브기계생명체라는 사실을 비롯하여, ’아담이브의 형제관계는 사실 이브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관계일 뿐 인간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관계는 아니라는 점, ’아담이브둘 다 수십만의 기계생명체 네트워크 개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 등은 그가 인간이 아닌 기계라는 사실을 플레이어에게 꾸준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는 이브의 모습을 보며 일종의 안타까움과 동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결국 이 인간 같은 기계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라는 작품 전체의 주제를 나타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기계생명체 아담의 죽음)

 두 번째는 기계캐릭터 스스로가 인간을 닮아가는 모습들이다. 구체적으로는 기계생명체 ‘아담’이 인간이 느끼는 죽음을 본인도 느끼고 싶어 스스로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차단하고 ‘죽을 수 있는 상태’에서 플레이어와 전투를 벌이는 행위, 기계생명체 ‘보부아르’가 아름다워지기 위해 자신을 ‘가희’와 같은 모습으로 꾸미며 심지어는 다른 기계들을 섭취했다는 묘사 등이 있다. 특히 ‘아담’의 죽음은 자신이 기계로서 본질적으로 가지게 된 ‘불멸(不滅)성‘을 버리고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한계점으로도 묘사되는 ’필멸(必滅)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인간과 기계가 묘사된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로 만들어진 기계들이 인간을 닮으려고 노력하고, 심지어는 인간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행동이나 외형이 비슷해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때 느껴지는 불쾌함이 바로 ’섬뜩한 계곡(不気味の谷)’ 현상이다. 이는 최근에 상영된 영화 『캣츠(CATS, 2019)』​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 중 이슈가 되었던 ‘불쾌한 골짜기’현상과 같은 용어로,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동물 봉제 인형 정도로 자신(인간)을 닮은 로봇에게서는 친밀감을 느끼다가도, 그 이상의 인간과의 유사성을 보이자 시체, 좀비와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불쾌감은 역설적이게도 로봇공학, 인지과학, 심리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안드로이드라는 소재에 빠져들게 하는데, 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인간을 닮은 안드로이드 캐릭터에 불쾌감을 느끼다가도 그 캐릭터에 대한 설정을 스스로 찾거나 더 나아가서 팬아트나 소설 같은 2차 창작물을 제작하는 팬들의 사례와도 연관 지어볼 수 있다.  

 

어떤 인간의 모습을 표상했는가

 

(왼쪽부터 안드로이드 ‘2B’, ‘9S’, ‘A2’)

(『니어:오토마타』 공식 일러스트, ‘9S’공주님안기하고 있는‘2B’의 모습)

 『니어:오토마타』속 캐릭터 중에 사람들에게 가장 알려져 있는 캐릭터는 작품의 1회차 주인공 2B(Two B로 발음)일 것이다. 3개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하나인 2B는 출시 전부터 그 디자인(안대, 가슴트임, 고스 룩, 레오타드, 짧은 치마 등)이 이슈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팬들의 다양한 패티시즘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본 작품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2B의 다양한 모에()적 요소들을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디렉터가 상상한 안드로이드의 모습에서 다양한 포스트 휴먼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가령, 이전의 인문주의에서 논의되어왔던 어떤 인간을 이상적인 주체로 삼을 것인가라는 주제에 중세시대 사람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서양인, 남성, 백인, 건장한 체격, 미형의 외모, 황금비율 등)을 손꼽았고, 이는 페미니즘, 반인종차별주의운동 등의 인권운동이 일어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에 비해 『니어:오토마타』속 캐릭터의 모습은 기존의 여성관, 남성관과 다른 모습이 보이는데, 가령 여성인간의 모습을 모델로 한 2B의 설정은 [전투형 타입], [(다른 타입과 비교했을 때) 키가 큼], [전투에 있어 적극적임], [고지식함], [임무를 우선시함]등인데 비해, 남성인간을 모델로 한 안드로이드 9S의 설정은 [스캐너(해킹) 타입], [왜소함], [전투에 있어 소극적임], [감정표현이 풍부함], [(대체로 2B에게)의존적임]등을 나타낸다. 이외에도 남성형 기계생명체에게 이브라는 여성의 이름을 붙이거나 어린 소녀모습의 홀로그램이 중년남성의 목소리로 대화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기존의 남성·여성관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회 차 보부아르격퇴 시 나오는 보부아르의 독백)

 다만, 위에서 설명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기계생명체 ‘보부아르’의 모습이다. 본래 소형 기계생명체로 만들어진 ‘보부아르’는 “아름다움이 사랑을 쟁취한다”는 철학자 기계생명체 ‘사르트르’의 말을 듣고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체 그의 마음을 끌고자‘ 아름다움’을 갈고닦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본래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없었기에 정보를 토대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모사하고자 했고, 「예쁜 피부」, 「화려한 장식」, 「보기 좋은 것」을 모사하는데 성공했으나 ‘사르트르‘는 여전히 자신을 돌아봐주지 않았고 이에 ‘보부아르’는 좌절하게 된다. 이후 「안드로이드를 먹으면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 「‘노래‘라는 것이 상대의 마음을 끌어당긴다」에 이르게 되면서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노래를 무기로 상대를 파괴하는, 절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지금의 ’보부아르‘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보부아르‘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추구한 마지막 형태가 ’가희(歌姬)‘의 모습이었다는 점, 나중에는 같은 기계생명체까지 먹어치울 정도의 ’아름다움‘을 향한 집념, 아름다움을 추구한 계기가 ’사랑‘이었다는 점 등 기존의 매체들에서 묘사되던 여성관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이 캐릭터에 한해서 디렉터의 캐릭터 묘사에 휴머니즘적 한계가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혹은 디렉터가 휴머니즘적 사고의 한계를 보이기 위해 고의로 이러한 묘사를 사용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플레이어는 디렉터가 캐릭터(인간 아닌 존재)를 어떻게 인간의 모습처럼 모사했는지 그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다양한 사상과 주체 형성의 관계를 상상해볼 수 있다.

 

새로운 죽음의 스타일들

 

(니어 오토마타 K 엔딩 aji wo [K]utta- 전갱이를 먹다)

 거의 모든 게임들이 그러하듯 『니어:오토마타』속 캐릭터들도 다양한 형태로 죽음을 맞는다. 우선 본 작품의 세이브/로드화면을 보면 플레이어가 어느 엔딩을 보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알파벳으로 표시했는데, 알파벳이라는 표기방법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의 엔딩개수는 26개로 알파벳 개수와 동일하며 각각 다른 형태의 결말을 보여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A~E엔딩까지는 본편 매인스토리의 엔딩이지만, F엔딩부터는 본편의 내용과 큰 연관성이 없는 일종의 히든엔딩으로, 개중에는 안드로이드인 주인공이 인간이 먹었던 음식인 전갱이를 먹고 죽는 K엔딩(일명 전갱이 엔딩’), 벙커에서 자폭키워드를 눌러 벙커가 붕괴되는 U엔딩(일명 자폭 엔딩’)등 다소 뜬금없고 황당한 엔딩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엉뚱한 엔딩도 포함해서, 이 게임의 모든 엔딩은 다양한 존재들의 복잡한 관계가 결합되어 생긴 엔딩임에는 틀림없다. 가령 전갱이 엔딩의 경우, 인류를 대체하기 위해 첨단과학기술을 동원해서 탄생하게 된 안드로이드’, 인류가 멸망한 지구라는 환경’, 그럼에도 여전하게 물속을 헤엄치던 전갱이’, 안드로이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류의 먹는다는 행위에 대한 호기심, 인간과 같은 소화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갱이를 먹은 행위등의 요인들이 결합한 결과이다.

 또, 우리가 게임 속 캐릭터들의 다양한 죽음에 의문을 가지듯, 50년 전, 100년 전 인간들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 생겨난 다양한 죽음의 형태에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가령 오늘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고독사의 경우 가족의 해체, 직장으로부터의 소외, 이혼 증가, 각종 정신질환의 증가, 개인주의의 확산 등의 요건들이 겹쳐짐으로써 발생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지금과는 다른 이전의 생활방식의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요인들의 작용으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요소들 간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 또는 해체되는 가운데 이러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혹은어떻게 죽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들이 사회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 나아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인간다운 삶혹은 인간다운 죽음이 당연한 것이며 이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의 가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스트휴먼 이론에서 봤을 때 이 같은 생각은 인간다움을 고집하며 비인간적 존재와의 단절을 야기하는, 이제까지의 인간적 한계를 답습하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처럼형의 죽음에 분노하여 이성을 잃고, 닥치는 대로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다 주인공에게 제압당하는 이브의 모습이 그러한 인간적 한계의 일례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이 같은 포스트휴먼적 해석은 인간이 죽음이라는 종착점을 필연적으로 가지기에 인생에 한번뿐인 지금 이 순간을 더 귀중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조차 인간적 한계로 치부하며 그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단순히 현상‘(조에와 비오스의 순환)으로 볼지, 아니면 생명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그것의 발현으로 볼지의 문제인 것이다.

 

마치며

 

 본 리뷰에서는 『니어:오토마타』를 직접 플레이해보고 안드로이드 캐릭터들의 작품 속 행동, 묘사, 그리고 죽음에 대해 포스트휴먼적 상상력을 가지고 파해 쳐봤다. 필자가 리뷰를 작성하면서 느낀 점은 미디어에 비친 로봇의 모습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가령 미국의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시한 ‘로봇 3원칙’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보면 로봇을 아군이나 적으로, 혹은 로봇이 인류에 대한 헌신이라는 로봇 본연의 목적을 위해 행동 하는가, 안 하는가 이상의 주체로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인간의 본래 목적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살아가는가’ 등의 철학적 물음 자체는 성립했으나 어디까지나 인간을 중심으로 이러한 주제들에 접근했기 때문에 그 한계가 명확했었다. 하지만 『니어:오토마타』와 같은 로봇 자체가 주체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작품들의 증가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인간 위주의 시각이 아닌 수평적 관계로 보려는 시도의 증가를 보여준다. 즉, 우리는 이를 통해 이전까지의 기계를 통제, 조종, 제어하는 존재로만 보았던 모더니즘적 시각에서 인간과 기계를 수평적 존재로 보는 포스트휴먼적 시각으로의 사고 전환의 시도가 일본 콘솔게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by. 차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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