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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의 미학', 다크 소울

이주훈2019.11.21


  개요

 

다크 소울 시리즈는 하드코어 게임의 외길만 걷는 일본 게임사 프롬 소프트웨어 『다크 소울(2011)』로 시작해 다크 소울 2(2014)다크 소울 3(2016)로 이어지는 삼부작이다. 같은 회사의 전작이자 다크 소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데몬즈 소울(2009)을 포함해서소울 시리즈라 부르기도 하고, 같은 시리즈는 아니나, 역시 비슷한 게임플레이 방식을 지닌 블러드본(2015)까지 포함해서소울본 시리즈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울 시리즈는 이후에 일명 소울라이크라고 불리는 게임 스타일의 기초를 세워 게임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하드코어 게임의 대명사


 다크 소울은 하드코어 장인 프롬 소프트웨어의 대표작인만큼 엄청나게 어려운 게임으로 유명하며, 실제로도 많은 게이머들이 다크 소울에 도전했다가 꿈도 희망도 안보이는 난이도에 좌절해 포기하기도 하고, 수십 번을 들이박고 나서야 겨우 보스 하나를 클리어하기도 한다.

 캐쥬얼을 지향하는 요즘 게임과는 다른 어려운 난이도와 불친절한 구성을 자랑하지만, 사실 아예 클리어가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극단적인 게임은 아니다. 정말 그만큼 극단적인 게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인기를 끌지 못하고 게임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위 똥겜으로 매도되어 게이머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크 소울은 버젓이 살아남아 큰 인기를 끌어 많은 시리즈를 남겼고, 지금도 게이머들에게 그 악명을 떨치고 있다. 과연 이 어렵고 불친절하고 암울한 게임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렇게 끈덕지게 살아남아 게이머들을 괴롭힐 수 있었을까?

 

 

불친절한 구성, 암울한 난이도


다크 소울은 단순히 적의 데미지나 공격 패턴을 넘어서 맵 디자인, 지형요소, 함정 등의 모든 요소를 총동원해서, 제작사가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엿을 먹일 수 있을까?' 하는 악의 넘치는 고민이라도 했던 것처럼 난이도를 높였다. 거기에 플레이어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건 여러 의미의 불친절함이다.

 

다크 소울의 지역 '병자의 마을'이나 다크 소울 2의 쓰레기의 바닥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 잘못 구르면 바로 낙사할 수 있는 탑모양의 맵 구성, 다크 소울 3팔란의 성채는 맵 대부분이 독 늪이 깔려 있어 뛰거나 구를 수도 없이 느린 속도에 독은 독대로 걸리는 짜증나는 지형 구성으로 난이도를 높였다면, 2아마나의 제단’, 3의 그을린 호수는 각각 마법사들이 쏘는 유도탄과 플레이어를 귀신같이 노리는 거대 석궁의 존재로 인해 난이도와 혈압이 상승하는 구간이다

 

  

<다크 소울의 튜토리얼 방식>

 

다크 소울의 튜토리얼은 간단하기 그지없다.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가 가는 길바닥에 빛나는 문자로 기본적인 조작방식을 알려주고, 그 조작방식을 쓸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튜토리얼을 대신한다. 이런 간단한 튜토리얼이 플레이어들이 직접 학습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이점도 있겠지만, 직접 화면에 메시지를 띄워주지않는 이상 메시지 같은 건 읽지 않는 이들에겐 고역이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불친절함이 드러나는 요소는 다크 소울의 전투에서 제일 중요하다 볼 수 있는 ‘구르기 패링이다. '구르기'의 경우,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잘 구르면 회피 판정을 통해 공격을 피해없이 피할 수 있기에 한방 한방이 뼈아픈 다크 소울에서는 매우 중요하지만, 적의 공격 타이밍을 재는 것은 순전히 본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패링'이란, 적이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튕겨내면 적을 기절 상태에 빠뜨려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지만어느 적의 어느 공격에 어떤 타이밍에 패링을 해야 하는지는 순전히 플레이어가 부딪혀가며 스스로 배워가는 수밖에 없다게임 내적으로는 패링이라는 기술이 존재한다는 메시지 외에는 전혀 알려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기술은 게임의 클리어 유무를 분간할만큼 중요한 기술임에도 그 기술을 숙달하는 것은 오로지 유저의 몫으로 남겨두는 '불친절'인 셈이다.

     <패링 예시 영상>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불친절함 덕분에, 유저는 머릿속에 단순히 주입되는 정보만이 아닌, 스스로 배움으로써 적을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 보스를 상대할 때는 어느 공격은 튕겨내고 어느 공격은 구르기로 피해야 한다는 둥, 플레이어가 진짜 캐릭터가 된 것처럼 능동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 게임의 구성을 비유하자면 단단한 벽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한없이 높아 보이는 벽은 처음 보기엔 막막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한 편에 금이 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금을 계속해서 후벼파다 보면 금이 점점 더 커지고, 그렇게 벽을 무너뜨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분명히 어려움이 큰 게임인 것은 맞지만, 조금만 찬찬히 살펴보면 모두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뇌를 굴리게 만드는 세계관


 다크 소울의 인기의 바탕에는 소울 시리즈의 세계관과 스토리텔링도 분명 큰 역할을 했다. 다크 소울은 중장갑의 기사와 기괴한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중세풍의 다크 판타지로, 그에 걸맞게 게임의 배경도 대부분 망해가는 왕국과 세계 속에서의 사투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세계관을 풀어나가는 소울 시리즈만의 방식이 있다. 이를 위해선 프롬뇌라는 용어를 알아야 한다.

 

 프롬뇌라는 것은 프롬 소프트웨어 개발진의 의도를 추론하여 게임 세계관을 이해하는 뇌라는 의미로, 소울 시리즈 특유의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을 유저들이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요소를 총동원해서 추리해내는 것이다. 소울 시리즈의 스토리텔링은 기본적인 시네마틱 영상을 제외하곤 직접적인 묘사는 거의 없다. 그나마의 스토리도 등장인물간의 대화로 이루어져서 성질 급한 게이머라면 그냥 A버튼을 연타해서 넘어가 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천천히 주변 지형을, 오브젝트를,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보면 어느정도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숨겨져 있다.

 이 숨겨진 단서들을 프롬뇌를 굴림으로써 세계관과 스토리를 곱씹게 하는 것도, 전투 말고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또 유저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게 만드는 프롬 개발진의 영리한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필자는 소울 시리즈를 현역 시절 군부대에 비치한 XBOX 게임기를 통해 다크 소울 2』로 처음 접했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이게 정말 즐기라고 만든 게임인가?” 싶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은 죄다 사서 도전과제 깨는 데에 몰입하고 있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게임이 어려운 만큼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고생을 좀 했지만, 그만큼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이 엄청난 게임이었다. 자신이 만약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는 것에 어느 정도 숙달되어 있고, 근성이 있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에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익숙해지고 나면, 분명 프롬의 다른 게임에도 눈길이 갈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용 게임은 아니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게임을 찾는다면 이 게임은 지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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