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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애니메이션

단지널2021.12.14


 

 

 




1. 양산형 애니란 무엇인가? 

 

양산이란 것은 양산이 되는 대상 즉, 표준이 되는 원형이 존재한다. 문화 매체에서는 보통 A라는 작품이

큰 인기와 영향력을 끼쳐서 이를 뒤따르는 작품을 양산형이라고 지칭한다.

 

보통 양산형들은 원본이 되는 작품을 따라 하는 경향이 크며, 이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 장르의 클리셰로

굳어진다. 클리셰는 그 작품을 찾는 사람들에겐 일정한 재미를 추구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지만, 반대로 새로운

것을 탐하는 독자층에게는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게 하는 원흉이라고까지 보기도 한다.

 

 

 

 

2. 일본 애니에서의 양산형은 무엇이 있나?

 

일단 지금 딱 떠오르는 일본 애니의 양산은 '모에의 양산'이다.

모에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일본 작품에서 빈번히 나오는 캐릭터상을 통칭한다.

 

기본적으로 미소녀 캐릭터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이는 대부분 남성향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사실 모에의 역사를 따지려면, 7~80년대

까지 흘러가야 하기에, 이 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생략하겠다.

 

결과론적으로 모에는 일본 애니의 이미지와 선입견을 만드는 데에 충분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 역사 이후 나오는

모에 양산의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이 이 모에만 가지고 성공했냐? 라고 한다면, 당연히 틀린 말이다.

 

애니에서 들려오는 양산형들의 문제는 원형이 되는 작품의 포인트를 하나로 귀결시킨다는 것이다. 즉, 연구의 부족이다.

[에반게리온]에 등장한 [아야나미 레이]만 보고, 어느 작품에서나, 조용하고 내성적인 쿨계 미소녀 캐릭터가 쏟아져나왔다.

 

이는 약과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서는 이 '모에'에만 집중한 나머지,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그저 귀여운 캐릭터들이 놀기만 하는 장르가 한때

애니계에 발목을 잡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장르들이 당시 돈이 되었기에, 양산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그 이후로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성공으로 어두운 다크 마법소녀물이 범람했고, [소드 아트 온라인]의 흥행으로 웹소설 바닥에서

'이세계물'의 진격이 시작되었다.

 

 

 

 

3. 양산형이 늘게 된 이유

 

현재 일본 애니는 웹소설 시장과 매우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인데,

웹소설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은 정제되지 않고 소위 말하는 수준이 낮은 글들이 다수이다.

 

접근성이 뛰어난 나머지,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쓴다는 것과 거리가 먼 매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스낵컬처들은 바쁜 현대인들의 입맛을 맞추거나,

해당 장르의 팬들만을 위한 글이 많기에, 예전부터 굳어져 온 완성도와는 궤가 다르다.

 

웹소설은 종이책과는 달리 한 자리에서 그 작품에 몰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성공을 시작으로 라노벨 애니화의 가능성을 꾸준히 재기해왔고, 현재 인기 라노벨의 대부분은

웹소설 출신의 소설들이 즐비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웹소설에서 나온 글들이 현 주류의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웹소설에서 인기를 끈 작가들이 하는 말들은 대부분 일관적이다.

 

"과정보단 결과를"

"성과주의"

"먼치킨의 강조"

 

결국 "웹소설 - 라노벨 - 애니화" 로 이어지는 이 구도가 양산형을 더욱 부추겼다. 

 

 

 

 

4. 양산형 애니의 문제?

 

사실 문제로 삼을 수도 있고, 안 삼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어느 문화권의 장르를 뒤져봐도, 갑자기 등장한 대흥행 작품의 뒤를 따라서

비슷한 물건들이 튀어나오는 건 매우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비슷한 작품들이 늘어날수록, 해당 장르의 클리셰가 굳어지고, 그 장르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대부분 그렇게 좋은 자정작용이 일어나는 장르는 찾아보기 힘들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현 웹소설 주류의 '이세계, 먼치킨' 류의 장르 작품 중에서 이 클리셰를 비틀려는 시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세계에 멋진 축복을!]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더 옛날로 간다면, [슬레이어즈] 역시 시대를 역행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작품들이 선보였던 클리셰 파괴들이 오히려 클리셰가 되어버리는 주객전도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앞서 말했던 웹소설의 뛰어난 접근성이 시너지를 발휘한다.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고, 절대다수가 절대로 글을 잘 쓰지 못한다.

클리셰 파괴로만 쓰이던 요소들이 역으로 클리셰로 굳어져 버리니, 그때 느꼈던 재미를 찾기 힘들어지고,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장르의 파괴를 위해선 그 장르를 완전히 이해하고 컨트롤할 실력이 필요하다.

과연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일명 '왕도'적인 이야기조차, 제대로 쓸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분들에겐 '비틀기'가 '왕도'인 것인가?

 

 

 

 

5. 시대와의 집합

 

스트리밍, 알고리즘 시대로 넘어오면서, 더더욱 본인 취향의 작품을 접하기 쉬워졌다.

이건 나의 취향이 더욱 견고해진다는 의미이다.

 

내가 염려스러운 건, 잘 만든 작품은 취향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나와는 안 맞을 것 같았던 작품이 나에게 인생작이 될 수도

있으며, 취향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사실 취향이라는 거 자체가 뭔가 기준을 나누기가 매우 힘든 것이기 때문에, 나는 항상 덕후들에게 "최대한 많은 작품을 봤으면 싶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알고리즘이 내 주변을 뒤덮는 상황에선 다양한 작품을 보기가 어렵다.

 

분명 애니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쉬어졌는데도 말이다.

 

 

 

 

6. 양산형의 미래

 

사실 양산형이라는 표현도 나는 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유명 백화점, 프렌차이즈 식당 등을 가는 이유는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가 양산형 애니라 부르는 작품들이 그 정도의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해주는가?

 

물론 이것도 각자 생각이 다를 것이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며, 양산형이라는 표현보다는 아류작이라고 부르고 싶다.

 

결론적으로 이런 작품은 아쉽게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일본 애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기 때문에.

수가 많을수록 이를 깔아주는 아류작은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 애니는 항상 새로운 작품들이 등장해왔다. 그것이 우리가 일본 애니를 보는 이유일 것이다.

조금만 더 시선을 넓게 바라본다면, 하나쯤은 나의 레이더에 걸릴 작품이 보일 것이다.

 

항상 생각하자. 결국 우리의 기억에 남는 애니는 정해져 있다.

양산은 그런 작품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필자


단지널

애니메이션 리뷰 채널 <단지널> 운영

 - [애니리뷰] "힐링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 -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너희가 애니를 아느냐] 84회 등

 


 

 

 

객원 필진의 원고를 받아 업로드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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