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밈의 변화 그리고 보편화
-들어가며
그림 1. <최애의 아이> 챌린지
최근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업로드되는 30초 정도의 짧은 영상 즉, 쇼츠 혹은 릴스를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캐릭터가 특정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그 춤을 따라 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예를 들면, 2020년 4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일본의 인기 만화 <최애의 아이>의 애니메이션 오프닝 곡인 YOASOBI의
그림 2. '제로 투 댄스 원본과 패러디 영상
그리고 ‘제로투 댄스’라 하여 2019년 말에 제작된 인터넷 밈으로 캐릭터인 제로투가 춤을 추는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거치면서 합쳐져 인기를 끌었다. 이 밈은 노래 ‘Hai Phút Hơn’의 KAIZ 리믹스 버전과 일본 애니(메이터) 견본시장에 나왔던 뮤직 비디오 ME!ME!ME!에 잠깐 등장하는 힙 댄스, 그리고 만화 <달링 인 더 프랑시스>의 캐릭터 제로투, 이 3가지 요소가 합쳐지며 탄생하였다. 2020년 11월 중반부터 SNS인 ‘TikTok’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Phut Hon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댄스 따라하기 열풍이 불기 시작한다. 2021년 5월 들어서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에서 제로투 댄스 챌린지가 컨텐츠로 사용되며 많은 유튜버, BJ, 스트리머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성 방송인의 섹시 댄스로 유행을 탔으나 이후 캐릭터를 제로투에서 본인의 아바타 캐릭터로 바꾸는 스트리머들의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 SNS의 알고리즘을 장악한 이 영상들은 무엇일까? 이 영상들은 한 단어로 통틀어 ‘밈(meme)’이라고 부른다. 밈(meme)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퍼져나가는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모방의 경향, 또는 그러한 창작물이나 작품의 요소를 총칭하는 단어이다. 본래 1976년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제시한 학술 용어인 ‘밈(meme)’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본론
그림 3. 만화 <이니셜 D>와
그러면 앞에서 설명한 밈의 특징이 잘 드러난 일본 만화 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 예시로 만화 <이니셜 D>의 ‘DEJA VU’ 밈과 ‘관성 드리프트’ 밈을 제시한다. 먼저 DEJA VU 밈은 <이니셜 D Second stage>의 OST인 Dave Rodgers의
그림 4. 만화 <이니셜 D> 관성 드리프트 장면과 한국인이 제작한 관성 드리프트 밈
위와 비슷한 성격의 밈으로 관성 드리프트 밈이 있다. 이 밈은 <이니셜 D> 만화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인 후지와라 타쿠미가 타카하시 케이스케를 관성 드리프트로 추월할 때 케이스케의 대사 “아, 아니⋯?! 관성 드리프트⋯! (な、なに⋯?! 慣性ドリフト⋯!)”가 밈이 되었다. 이 밈을 이해하려면 운전 기술인 관성 드리프트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관성 드리프트는 일반적인 드리프트와 달리 기어와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차량의 하중 이동에 따른 관성만으로 드리프트를 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드리프트와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이 밈은 영상 속 차량이 단지 드리프트를 했다는 것을 이유로 케이스케의 대사를 삽입하여 밈으로 만든다. 당연히 관성 드리프트가 아닌 때에도 이 밈이 사용된다. 한국의 경우 케이스케의 대사를 나타내는 어눌한 일본어 발음 자막이 더해진다.
앞에서 예시로 제시한 만화 <이니셜 D>의 두 가지 밈을 통해 우리는 일본 만화 밈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변화는 전후 맥락 인지의 유무이다. 앞에서 제시된 밈은 모두 과거 밈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만화의 전후 맥락을 고려한 상태로 만들어져 만화를 본 사람들만 이해하는 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현재는 전후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대신 대중성이 높아져 만화는 몰라도 그 밈과 노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즉, 특정 밈만의 특별함이 없어지고 대중성이 남은 것이다.
-결론
일본 만화 밈은 앞서 말한 듯 전후 맥락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최근에 유행한 ‘제로투’ 밈을 통해 이미 전후 맥락과는 전혀 관계없으며 원작 만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일본 만화 밈은 밈만의 특징인 모방과 창의성을 이용해 재미있고 최신 세대의 취향에 맞는 밈이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모방과 창의성, 시간이 흐르며 더 넓어진 네트워크망으로 인해 과거 원작을 기반으로 한 밈의 특별함이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보편적인 밈으로 변화하였다. 원작을 본 사람들은 만화를 모르고 밈의 재미를 즐기는 것에 불만을 느낄 것이며 밈의 기원을 설명하며 왜곡됨을 바로잡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만화 밈뿐만 아니라 다른 밈들 또한 특별함이 없어지는 과정을 겪는다. 어쩌면 이것은 항성이 블랙홀이 되는 과정처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밈’이라는 것의 운명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YOASOBI의 IDOL https://youtu.be/mEZqJ65ra08?si=3KEL6RDtosgl1isi
-IDOL 챌린지 https://youtube.com/shorts/FINOoQ1vits?si=l7LeT5IW3uG8xctQ
-제로투 댄스 밈 원본 영상 – https://youtu.be/_AL4IwHuHlY?si=Oc1e47IZec2xLZ-3
-스트리머 ‘하우카우’의 제로투 댄스 패러디 – https://youtube.com/shorts/DDOuVNdj6w8?si=ZGZnLmZPhq-qvFX2
-스트리머 ‘왈도쿤’의 제로투 댄스 패러디 – https://youtube.com/shorts/Kh4Cfidd8Jo?si=aI80YFm893ZPzTCq
-Dave Rodgers의 DEJA VU https://www.youtube.com/watch?v=W2Mx-MraDdI
-노래가 재생되는 장면 13:56부터 https://www.youtube.com/watch?v=Ji75qDFO-AE
-DEJA VU 밈 모음집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ko9SPl-rTNo
-이니셜 D 관성 드리프트 https://www.youtube.com/watch?v=uC6VMB-tO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