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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세와(うっせぇわ)> PV에서의 ‘止め絵’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1. <웃세와(うっせぇわ)>를 더욱 성공적으로 이끈 ‘PV에서의 연출 기법

 

 일본어로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우타이테()는 예전에는 주로 니코니코 동화, 현재에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자신이 노래한 음원 혹은 영상을 활발히 업로드하면서 점차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이러한 우타이테로 활동하고 있는 Ado<웃세와(うっせぇわ)>는 올 초에 일본 음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더불어 틀에 박힌 사회를 비판하는 가사를 통해 많은 젊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웃세와>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일본의 유명 기업인 메이세이식품(明星食品)CM송으로도 사용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밑의 사진을 보면 가사 うっせぇわ를 맛있다는 뜻의 うっめぇわ로 재치 있게 바꾼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1) 메이세이식품(明星食品)의 컵라면 CM

 

 물론 노래나 가사 자체도 그렇지만 <웃세와>의 인기를 끌게 만든 요인에는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려주는 ‘PV’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PV‘Promotional Video(홍보용 영상)’의 줄임말로, 보컬로이드나 우타이테 세계에선 대개 애니메이션 형태의 PV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PV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우리나라 가수들의 뮤직비디오(MV)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일본의 서브컬처 문화에 무지한 사람에게는 꽤나 생소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에는 <웃세와>라는 곡의 정체성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PV에서의 연출 기법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일단 한창 보컬로이드가 유행하던 무렵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하고, 가사 자막이 줄지어 나오는 PV 구성이 많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웃세와>PV 또한 이와 동일한 구성 방식으로 편집되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정된 그림이라는 뜻의 絵(토메에)타이포그래피(typography)’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2. 캐릭터의 내면을 고심하게 만드는 장치, ‘

 

 먼저 (トメエ)에 대해 설명하자면 2D 애니메이션(셀 애니메이션)에서 한 장의 그림을 움직임 없이 계속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기법이 바로 하모니인데 일반적인 셀 애니메이션과 달리 배경과 캐릭터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그려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현재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잘 안 쓰이는 기법으로, 배경과 캐릭터 작화를 어색함 없이 조화시킨다고 해서 하모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모니 기법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스킬을 사용하는 장면, 엔딩 신 등 임팩트 있는 표현이 중요한 장면에 주로 사용된다. 비록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정된 그림의 질감을 변형시켜서 마치 하모니 기법처럼 보이도록 묘사하는 케이스이긴 하지만 니코니코 동화에 투고되는 동영상에서 쓰이기도 했다. 그 예로는 기존에 있는 영상이나 음악을 편집하여 만드는 ‘MAD’‘~해 보았다(~してみた)’ 영상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유명한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 이러한 하모니 기법을 통해 순간의 미학을 추구하였는데 이는 <내일의 죠>라는 권투 만화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진2) 데자키 오사무의 <내일의 죠>                               (사진3) Ado<웃세와(うっせぇわ)>

 

 위의 좌측에 있는 사진은 최종 보스인 호세 멘도사와의 명승부를 치른 후, 망가진 몸으로 링 구석에 앉은 야부키 죠를 배경으로 하얗게 불태웠어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다. 이후 너무 유명해져서 일본의 다른 작품에서도 각종 패러디를 낳은 명장면이며,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 대사를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데자키 오사무는 이 장면을 하모니 기법을 통해 연출하였는데 녹초가 되어 앉아있는 죠의 멈춰진 모습을 우리에게 한참 동안 보여준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하던 자신이 자주 되뇌던 말처럼 새하얗게 재가 되어버린 죠의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복싱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애정, 그리고 복서로서의 삶의 종말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이러한 연출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이러한 <내일의 죠>의 장면과 <웃세와>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캐릭터의 내면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것이다. <웃세와>PV에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여성 캐릭터의 그림이 여러 장 나오는데 이는 미세한 움직임이 가끔 있을 뿐 거의 멈춰있는 라고 봐도 무방하다. 위의 우측에 있는 그림이 그중 하나인데 이러한 그림 한 장씩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는 데자키 오사무가 하모니 기법을 통해 죠의 감정에 대해 고심할 기회를 준 것처럼 <웃세와> 또한 캐릭터의 내면을 헤아릴 시간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섬네일만 봐도 알겠지만 이 캐릭터는 틀에 박힌 체제에 화가 난 사회인들의 대변자로서 엄청난 분노에 차 있다. 멈춰진 채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광기 어린 표정은 우리가 직시한 문제상황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공감하게 만든다. 격정적인 멜로디나 거친 가사뿐만 아니라 캐릭터 자체를 통해서도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각적으로 쉬이 잊히지 않는 인상을 남긴 것이다.

 

3. 움직이는 글자가 만들어내는 예술,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두 번째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인데 이는 활자를 이용한 디자인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보컬로이드나 우타이테의 PV에서 나오는 가사는 물론 자막이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문자의 나열에서 벗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4) <웃세와(うっせぇわ)>의 타이포그래피

 

 

 곡의 콘셉트에 따라 각양각색의 디자인이 사용되는데 <웃세와>에서는 어두운 노래인 만큼 거친 폰트가 사용되었다. 위의 영상이 PV의 일부분으로, 이처럼 뒤틀리거나 금이 간 글자가 계속해서 나오며 크기 또한 수시로 작아졌다 커졌다 하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굳이 <웃세와>가 아닌 여러 영상에서도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글자를 통해서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모습을 일본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4. 일본 서브컬처만의 독자적 조합,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이렇게 보컬로이드나 우타이테의 노래 자체뿐만 아니라 그 곡을 나타내는 PV에도 일본 서브컬처만의 특징과 매력이 담겨 있다. 멈춰진 그림들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과 음악에 맞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글자들의 조합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까지도 우타이테는 아마추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예산 문제로 저퀄리티의 연출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종종 보인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이러한 PV 연출이 질이 떨어진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서 설명했듯이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 하모니를 통해 확립한 것으로,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독특한 연출 기법이 사용됨으로써 <웃세와>가 더욱 성공적으로 대중들에게 기억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웃세와>가 빌보드 재팬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은 만큼 앞으로는 더 파격적인 우타이테나 보컬로이드 곡들이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본의 서브컬처 장르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날이 더 가까워졌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참고 문헌 및 사진 출처>

 

とは(トメエとは), https://dic.nicovideo.jp/t/a/%E6%AD%A2%E3%82%81%E7%B5%B5?from=search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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