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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이세계물인가 (2019 이슈)

관리자2020.02.28



 

이세계 관련 콘텐츠의 인기  

 

 이세계(異世界), 즉, 현실과 다른 세계와 조우하는 이야기는 고금동서에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상상력의 지평을 건너 낯선 문물과 조우하는 것에는 언제나 경이와 희열이 뒤따른다. 특히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일상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지금 여기"를 벗어나는 일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현재 일본에서 이세계물이 유행을 타는 현상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다른 사회에 비해 유독 매뉴얼과 시스템을 강조하는 현대 일본 사회에서 예측 가능하고 통제된 일상을 탈피하는 이야기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 짐작된다. 실제로 현재 일본에서 이세계 관련 콘텐츠는 라이트노벨,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각종 분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이세계물이라는 장르까지 형성하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의 동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범람하는 이세계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이세계물에 대한 웹진 코이의 문제의식

 

  웹진 코이에서도 폭넓은 조사 끝에 최신 일본 문화의 중심 이슈로서 "이세계"를 선정하고 그 성격을 밝히는 논고를 모집하게 되었다. 웹진 코이가 이세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단순히 이세계물이 인기 있기 때문은 아니다. 관련 콘텐츠를 다수 감상한 코이 멤버들은 이세계물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이세계의 매력은 신선함에 있다. 진부하고 따분한 "지금 여기"와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에 이세계물에 이제까지 많은 관심이 갔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세계 관련 콘텐츠가 양산되면서 틀에 박힌 스토리와 캐릭터, 세계관이 반복해서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코이 멤버들은 이세계물이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이세계물이 어떠한 새로움도 표출할 수 없다면 그런 작품들에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가. 게다가 별로 신선하지 않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는 데도 불구하고 이세계물이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세계물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위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웹진 코이에서는 《2019년 특별 이슈》에 이세계물을 다루며 지난 일 년 동안 논의를 거듭했다.

 

이슈 기사들의 소개 

 

 많은 이론서를 읽고 작품을 감상하면서 웹진 코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세계물을 분석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웹진 코이에서는 이세계물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이세계물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그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세계, 중세라는 공간』에서는 J.R.R. 톨킨의 정통 판타지가 일본에 어떻게 유입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특수성이 일본 이세계물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조사했다. 또한 현재 많이 지적되는 일본 이세계물의 결점들이 일본만의 고유한 문제인지 혹은 판타지 장르 전반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인지 고찰했다. 

 또한 『’이세계물’의 흐름과 변화』에서는 이세계물에 나타나는 클리셰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이세계물의 고전으로 불리는 『제로의 사역마』와 『소드아트온라인』을 독해했다.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비교 분석해 혹자가 비판하듯 이세계물은 역사적 변천 없이 천편일률적인 구조를 반복하는지 연구했다.

 『'애니' 속 npc의 모순』에서는 요즘 이세계물에 자주 등장하는 npc (non-player character)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게임에서 npc는 정해진 대사와 행동을 되풀이하는 캐릭터로 콘텐츠의 무개성적이고 전형적인 성격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이세계물의 npc는 고정적인 역할을 벗어나 다양한 성격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이로부터 일본 이세계물의 새로움을 찾을 수 없을까 고찰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2차 창작, 동방프로젝트』 는 이세계물의 2차 창작의 분석을 통해 일본 이세계물의 독창적 측면을 진단한 글이다. 설령 이세계 작품들이 상투적이고 진부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독자들이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세계를 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 글에서는 동방프로젝트에 관한 2차 창작들을 고찰하며 독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이세계물의 새 영역을 개척하는지 살펴보았다. 

 

일본 서브컬처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 

 

  위와 같은 논의는 비단 이세계물뿐만 아니라 일본 서브컬처 전반에 대한 고찰로도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만화, 라이트노벨, 게임 등 현재 일본 문화산업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 대비해 질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는지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다시 말해, 일본은 별다른 변화 없이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며 대동소이한 콘텐츠들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웹진 코이에서는 위와 같은 비판적인 견해들을 수렴하며 이번 이슈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세계물과 더불어 현재 일본 서브컬처가 보여주는 여러 문제에 대해 고찰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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