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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물'의 흐름과 변화

김민섭2019.11.23
키워드 - 이세계, 이세계물, 제로의 사역마, 소드아트온라인, 고인물, 변화, 클리셰


0. ‘
이세계물이란?

 

 이세계 트럭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평소 라이트노벨을 즐겨 읽는 이라면 한 번쯤 이러한 스토리를 가진 소설을 읽어봤을 것이다. "평범한 주인공이 트럭이나 차에 치일 위기에 놓인 도로 위의 행인을 구한 뒤, 자신이 대신 치이고, 눈을 떴더니 이상한 세계에 와 있었다.“

이세계물의 도입부에서 흔히 보여지는 클리셰로, 주인공이 원래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로 가게 되는 계기가 트럭에 치이는 것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비꼬아 이세계 트럭이라고 불린다. 인터넷 상에서 이세계 트럭이라는 말이 하나의 으로 사용될 만큼 이세계물은 이미 정착된 장르로서 서브컬쳐 내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세계물이란 무엇일까? ‘이세계물이란 현실세계와는 다른 세계, 이세계(異世界)를 배경으로 한, 현실 세계를 살던 작품의 주인공이 모종의 이유로 이세계로 이동해 활약하는 서사구조를 가진 판타지 소설 및 만화, 애니메이션의 장르를 일컫는다. 쉽게 말하자면, “평범한 인간이 이세계(異世界)에 가서 마왕을 물리친다.” 라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들을 말한다. 여기서 이세계(異世界), 보통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검과 마법과 몬스터가 존재하는 세계를 말한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같은 세계를 상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세계물이 기존의 판타지와 궤를 달리하는 것은, 현실세계를 살던 주인공이 모종의 이유로 이세계(異世界)로 간다는 점, 그리고 미소녀가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너는 누구야?”

파란 하늘을 뒤로 한 채, 사이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여자아이가 말했다.

사이토의 나이와 그다지 차이는 나지 않는다. 검은 망토 아래로 하얀 블라우스, 회색의 프리츠 스커트를 입고서 몸을 구부려 질렸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은귀여운 편. 복숭아 색이 깃든 금발과 비쳐 보일 것 같은 하얀 피부를 무대로 갈색의 눈이 동글동글 춤을 추고 있다. 외국인 같다. 라기보단 외국인이다. 인형처럼 귀여운 외국인 여자아이다. 아니, 혼혈인가?

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어디의 학교 교복인 걸까? 본적은 없다. 사이토는 아무래도 지면을 뒤로 한 채 잠든 채 구른것 같았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본다. 검은 망토를 걸친 채, 자신을 희한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잔뜩 있다.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멀리서 유럽의 여행사진에서 본 것 같은 돌로 지은 커다란 이 보였다. 그야말로 판타지다. 두통이 인다. / (중략)

알겠나? 이다. '무기'. 평민따위가, 하다못해 마법사를 한 번이라도 물어뜯으려고 갈고 닦은 송곳니다. 아직 물을 생각이 있다면, 그 검을 쥐어라.”

사이토는 그 검에, 서서히 오른 손을 뻗었다. 부러져 있기 때문에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표적인 이세계물, 야마구치 노보루, 제로의 사역마

 

  현재 일본 및 한국 서브컬쳐 계에서 존재하고 있는 장르 중 가장 흥행하고 있는 장르는 단연컨대 이세계(異世界)이다. 일본의 서적 판매 사이트 북오프가 발표한 ‘2020년 라이트노벨 총합랭킹에 따르면, 1위부터 10위의 작품 중 6개의 작품이 이세계물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이세계물은 서브컬쳐 내에서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많이 읽히며, 가장 많이 출간되는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람하고 있다고 표현될 정도로 이세계물이 많이 쏟아져 나오자 서브컬쳐를 향유하는 사람들 내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8, 카도카와계열의 라이트노벨 출판사 ‘NOVEL0’에서 주최한 라이트노벨 콘테스트에서 이러한 이세계물 유행 풍조에 경계심을 갖고 출품작 조건에 이세계물이 아닐 것이라는 조건을 붙이기도 했다. 또한, 이세계물은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는 고여버린 장르'이며, 서브컬쳐계의 전반적인 질적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며 극단적인 평가를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필자 또한 이세계물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일부 동의하는 부분은 있지만, 과연 정말 발전 가능성이 없는 고여버린 장르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이세계물의 역사와 발전사를 탐구하며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필자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1. ‘이세계물의 등장


  이세계물은 사실 과거부터 이미 존재해왔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세계물장르가 따로 이세계물장르로서 분류되는 것이 아닌, 단순한 판타지로 취급되어 왔다. 그 이유는 지금의 이세계물에 속하는 작품이 나와, 인기를 얻어도 거기서 다른 작품이 재생산 되지 않고, 인기가 끝났고, 하나의 장르로서 분류 되어질 만큼 그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세계물이 하나의 장르로서 서게 된 데에는 야마구치 노보루의 제로의 사역마의 등장이 있었다.

 

   

(야마구치 노보루, 제로의 사역마, 2004)

 

  2004년 6월 25일 발간되어 단행본 19권 기준, 450만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일본 서브컬쳐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제로의 사역마』는 처음에는 ‘이세계물’이 아닌 판타지의 하나로서 취급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제로의 사역마이세계물을 하나의 장르로서 서게 한 가장 큰 이유인 ‘2차 창작이 발생한다. 2차 창작이란 기존의 창작물을 독자나 수용자가 창작물 그대로가 아닌 창작물의 등장인물이나 요소를 가져다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제로의 사역마의 이세계물적 요소는 검과 마법등이 등장한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요소로, 주인공이 소환되었다는 점, 주인공이 먼치킨이라는 점이다. 라이트 노벨을 즐기지 않는 이에게 소환 되었다.”라는 말은 위화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 소환이란 마법을 이용해 공간이나 세계, 차원을 뛰어넘어 어떤 것을 그 장소로 부르는 것을 뜻한다

 

 

그치만, 너의 세계하고, 이쪽의 세계를 연결하는 마법 같은 건 없단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해서 내가 오게 된 거야!”

그런 거 모른단 말이야!”/ (중략)

소환의 마법, 그러니까 '서몬 서번트'는 할케기니아의 생물을 불러오는 거야. 보통은 동물이나 환수 같은 거지만 말이야. 사람이 소환된 적은 처음으로 보았어.”

야마구치 노보루, 제로의 사역마

 

다른 세계로부터의 소환이 마법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요소는 기존에 없던 것으로, 검과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라는 로망은 독자들로 하여금 큰 흥미를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 ‘먼치킨이라는 요소 또한 이세계물이 자리매김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먼치킨이란 비상식적으로 강한 캐릭터를 가리키는 것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달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함을 아무런 노력 없이 처음부터 갖고 있는 특징이 있다

 

 

검을 잡은 순간, 몸의 통증이 사라졌다. 자신의 왼손의 룬이 빛나고 있는 것도 눈치챘다. 그리고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마치 날아갈 것만 같다. 거기에 왼손에 잡은 검이 자신의 몸의 연장인 것처럼 손에 익숙하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검 같은 건 잡은 적도 없는데. / (중략)

자신의 골렘이 점토처럼 사이토에게 잘려지는 것을 보고, 기슈는 할 말조차 잃은 채 신음소리를 냈다. 털썩하는 소리를 내며 완전히 두동강이 난 골렘이 지면에 떨어진다. 동시에, 사이토는 기슈를 향해서 바람처럼 돌진해 왔다. 기슈는 당황하며 장미를 흔들었다. 꽃잎이 춤추고 새로운 골렘이 여섯 대 나타났다. 전부 일곱 대의 골렘이 기슈의 무기다. 한대만 사용한 것은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골렘이 사이토를 포위한 체, 일제히 춤추듯이 덤벼든다. 그리고 순식간에 짓누르는 것처럼 보인 순간, 다섯 대의 골렘이 산산조각으로 잘려나간다. 휘두르는 검이 보이지 않는다. 빠르다. 저런 식으로 검을 쓸 수 있는 인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순식간에 남은 한 대를 기슈는 자신의 방패로 세운다. 다음 순간, 그 골렘은 손쉽게도 조각난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이세계로 가서 모종의 이유로 먼치킨적인 힘을 얻어 활약한다는 것 또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요소로 독자들로 하여금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요소가 되었다. 대부분의 제로의 사역마 2차 창작(히로인과의 연애 이야기를 제외한)소환먼치킨같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はキュルケ・アウグスタ・フレデリカ・フォン・アンハルツ・ツェルプストーつのるペンタゴン運命いし使召喚せよ중략

壮大フリにわぬ使歓迎しようとした矢先キュルケは彫像した周囲のざわめきもにする余裕はなかった。「歓迎大義であるれたはふてぶてしい表情まるで街頭演説いた為政者のように両手っていた。「ふむ――貴様世界時空境界すらえてびつけた魔術師중략

流石空気めてないなめておこうはガイウス・ユリウス・カエサル肩書きをつらつらべることも出来るがおそらくここでは意味もあるま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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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키르케 아우구스타 프레데리카 폰 안하루츠 첼프스트, 다섯가지 힘을 관장하는 펜타곤이여, 나의 운명에 따라 사역마를 소환하라중략

장대한 자기자랑에 지나지 않는 사역마를 환영하려던 순간, 키르케는 얼어붙었다. 주위의 웅성거림조차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었다. “환영의 의식, 대의로이다.” 나타난 남자는 뻔뻔한 표정으로 마치 길거리 연설을 하는 위정자처럼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 네녀석인가, 세계의 벽, 시공의 경계마저 넘어 나를 불러낸 마술사는.” 중략

역시 분위기를 잘 모르겠군. 그만두지. 짐의 이름은 카이우스 율리어스 카이사르. 지위를 줄줄 늘어놓을 수도 있지만, 아마 여기선 아무 의미도 없겠지.”

로의 사역마 2차 창작, Servant of Caesar

https://syosetu.org/novel/204793

 

이렇게 2차 창작되어온 제로의 사역마의 소환, 먼치킨과 같은 이세계물적 요소가 기존의 캐릭터나 스토리와는 관련이 없는 새로운 창작물에 삽입되며 본격적인 이세계물장르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는 제로의 사역마가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2011년에 출간되어 인기를 끈 문제아들이 이세계에서 온다는 모양인데요?에 잘 나타나 있다.

    

 

"여긴 어디야?!"

눈앞에는 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졌다.

시야 저편에 펼쳐진 지평선은 세계의 끝을 방불케 하는 깍아지른 절벽.

아래쪽으로 보이는 것은 축척을 의심할 만큼 거대한 천막으로 뒤덮인 미지의 도시.

그들의 앞에 펼쳐진 세계는완전무결한 이세계(異世界)였다.

(중략)

"그들이우리 커뮤니티를 구해 줄까?"

"……. 글쎄요? 하지만 '주최자'는 이것만큼은 보증해 주었습니다."

스커트를 휘날리며 빙글 돌았다.

장난치듯 귀엽게 미소 지으며.

"그들 셋은인류 최고 클래스의 기프트 보유자라고."

제아들이 이세계에서 온다는 모양인데요?

 

 제로의 사역마의 흥행 이후, 이세계물적 요소를 가진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본격적으로 이세계물이라는 장르가 성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 다수의 작품이 다시 인기를 얻으며 서브컬쳐 내에서 이세계물붐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이세계물 붐 속, 이세계물의 판도를 바꾼 소드아트온라인2009년 출간된다.

 

2. ‘이세계물의 변화


 소드아트온라인2002년 웹에서 연재가 시작된 작품이지만, 본격적인 인기를 얻어 출간된 것은 2009년이기 때문에 이세계물 역사의 흐름에서 다룰 때는 출간 시기를 시발점으로 하겠다. 소드아트온라인이 이세계물의 판도를 바꿨다고 말하는 것은 소드아트온라인이 미래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카와하라 레키, 소드아트온라인, 2009)

 

  소드아트온라인은 가상현실이 이야기의 무대다. 가상현실이란, 假想現實 / Virtual Reality 이라고도 쓰며 가상을 뜻하는 Virtual, 현실을 뜻하는 Reality를 합성한 말이다. 가상현실의 기본 개념은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인공 환경'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가상현실이라 말하면 단순히 가상의 공간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용자의 오감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실제에 근접한 공간적, 시간적인 체험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소드아트온라인은 출간년도인 2009년을 기준으로 작가가 상상한 2022년을 그리며, 가상현실을 통해 이세계를 구현하고, 그 속에서 주인공들이 역경을 극복하는 스토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존의 이세계는 차원을 넘어 존재하는 다른 세계가 배경인 것에 반해, 소드아트온라인에서 가상현실이 등장함으로써 이세계물의 가능성이 더욱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지금 실제로 개발 되고 있고,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가정에서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 또한 보급화 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이 완성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이세계가 실제로 우리 눈 앞에 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한다. , 이세계물이 더 이상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이세계물이 더욱 흥행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과거의 이세계에 소환된다는 스토리를 넘어서 더욱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세계물을 만들어내었다.

소드아트온라인에 의해 발전된 대표적인 이세계물의 요소는 가상현실 외에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게임 시스템의 도입이다.

 

 

시계(視界) 왼쪽 위에 표시되어있는 가는 라인이 짧아졌다. 동시에, 가슴의 깊은 곳을 차가운 손이 스치고 지나간다. 라인- HP(hit point bar)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파란 선은, 내 생명의 잔량을 표시한 것이다. 아직 최대량의 8할이 남아있으나, 그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나는 지금 2할정도 죽음에 가까워져 있다.

(중략)

시계 중심에 보라색 폰트로 표시되는 가산 경험치와 드롭된 아이템 리스트를 훑어보고, 나는 검을 좌우로 휘두르고 등의 검집에 넣었다. 그대로 몇 보 뒤로 걸어 미궁의 벽에 등을 댄 채로 서서히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드아트온라인

 

       

      

(애니메이션 소드아트온라인’) (게임 엘더스크롤’)

 

 게임에는 UI, User Interface라고 하는 것이 존재한다. 정확한 정의는 사용자에게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 내용. 일반 사용자들이 컴퓨터 시스템 또는 프로그램에서 데이터 입력이나 동작을 제어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명령어 또는 기법인데, 쉽게 말하자면, 어떤 상황을 지시하고 행동을 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나타난 것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바탕화면의 인터넷 브라우저 아이콘 또한 일종의 UI라고 할 수 있다. 소드아트온라인에서는 인물들의 생명이 한 줄의 바 형식으로 나타나 건강한 상태라면 초록색으로 차있고, 죽어갈수록 바가 짧아지며 빨간색으로 변한다. 이는 과거엔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선 찾아볼 수 없고, 게임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는데, 가상현실의 도입으로 자연스럽게 이세계물 속으로 스며들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의 도입으로, 과거 이세계물에서는 몬스터를 죽여도 몬스터의 시체가 사라지지 않고 직접 처리했어야 했지만, 소드아트온라인 속 몬스터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죽으면 그 즉시 분해되어 사라지고 아이템만 남게 된다. 이러한 게임 시스템 덕분에 이세계는 더욱 편리해졌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마법과 검이 있는 이세계는 떨칠 수 없는 리얼리티가 존재한다.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며칠 밤을 새 걸어 이동하거나, 마차를 타거나 했어야 했다. , 몬스터를 죽이고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 이빨을 뽑거나, 가죽을 벗겨내야만 했다. 그러나 소드아트온라인 이래로, 이세계물에 게임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로 그러한 리얼리티는 사라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게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유저가 최대한 게임을 편하게 할 수 있게 그러한 리얼리티를 제거한다. 현재 이세계물의 수용자 대부분이 20~30대로 게임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 시스템의 도입이 수용자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세계물 또한 독자에게 더욱 쉽고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게 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크게 제로의 사역마, 소드아트온라인을 통해 이세계물의 발전사와 역사를 살펴보았다. 각 년도 별로 세밀하게 따지자면 각각의 이세계적 요소가 더욱 먼저 발견되거나 약간 선행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흥행하여 서브컬쳐계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을 다루었다는 점을 고려하고자 했었다. 본론으로 돌아오자. 위에서 서술한대로 이세계물은 이세계 트럭이라는 밈을 만들 정도로 특유의 클리셰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레퍼토리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제로의 사역마소드아트온라인을 비교해본 결과, 두 작품은 닮은듯하나 결코 닮지 않았다. 중세가 배경인 이세계가 등장한다는 점, 주인공이 먼치킨인 점은 같았으나, 소환, 가상현실, 게임 시스템은 달랐다. 이세계물은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실제로 다가온 현실을 도입함으로써 떨칠 수 없었던 리얼리티를 제거하였다. 아이러니하나, 가상현실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보자면 지금의 이세계물 또한 변해버린 리얼리티를 가지게 됐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세계물은 정말로 고여버린 것일까?

 

3. 이세계물은 정말로 고여버린 것일까?


  이세계물은 정말로 고여버린 것일까?”라는 물음에 필자는 단연코 NO라는 의견이다. 분명 이세계물의 스토리의 큰 줄기는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클리셰 또한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점은 분명 비판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애니메이션화 되어 큰 인기를 끈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는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몬스터라는 점, 그리고 몬스터와 공동체를 형성해나간다는 점에서 기존의 이세계물에서 변화하였다. 또 흥행작인 Re:제로에서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방패용사 성공담등 먼치킨이 아닌 주인공들의 고군분투 또한 기존의 이세계물과 변화하였다. 제로의 사역마에서 소드아트온라인으로 변한 것처럼 이세계물이라는 장르 내부에서도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요소로 인해 또 다른 이세계물이 탄생하고 흥행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세계물이 고여버렸다.”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지 않은가?

  꿈과 희망에는 결코 고여버린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리얼리티가 더해짐으로 인해 우리의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온 이세계는 꿈과 희망이다. 변화하는 이세계물은 2차 창작으로 인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세계물의 겉에만 집중하며 비판만 하지 않고, 이세계물들이 그리는 그러한 꿈과 희망을 기대해보며 이세계물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그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는 이세계물을 지켜보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커다란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각주  

 Clinton Richard Dawkins, 리차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래된 말로, ‘(Meme)’은 마치 인간의 유전자처럼 자기복제적 특징을 가지며 번식해 대를 이어 전해져오는 종교나 사상, 이념 같은 정신적 사유를 일컫는 말로 정의된다. 여기서는 이전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 동안 넓은 범위에 빠르게 퍼져 널리 유행을 타는 새로운 문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Meme)’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기프트 - 작중, 캐릭터의 재능을 뜻한다.

 

아이템 - 게임에서 플레이를 도와주는 도구, 예를 들어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약, 공격력을 강화시켜주는 악세사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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